오피니언 사설

훈련 종료 … 되찾은 자신감으로 재무장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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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서해상에서 미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가 참가한 한·미 합동 해상훈련이 1일 끝났다. 천안함 사건 이후 계획된 훈련이었지만 중국의 반발로 미뤄졌던 훈련이 북한의 연평도 공격을 계기로 실시된 것이다. 주목적은 북한에 대한 경고와 압박, 중국에 대한 북한 도발 억제 촉구 등이다. 이번 훈련을 통해 한·미는 해상과 공중에서 연합작전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유사시 북한의 도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굳히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번 훈련이 연평도 공격과 같은 북한의 국지적 도발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상황을 고려한 것 같지는 않다. 따라서 우리 군은 독자적으로 서해 5도 지역에서의 북한 도발을 억제하는 자체 역량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다만 이번에 북한이 서해 도발을 전면전 상황으로까지 확대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효과는 충분히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유사한 훈련이 자주 실행된다면 그 효과는 몇 배 커질 것이다.

 연평도 공격과 같은 북한의 대규모 도발은 앞으로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점쳐진다. 북한은 1970년대부터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고 최근 1~2년 사이 그 강도(强度)를 갈수록 높여 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비해 우리 군은 연평도와 백령도에 배치된 전력을 빠르게 보완하고 있다. 북한의 재도발 시 몇 배로 응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이런 노력들이 북한의 도발 의지를 약화시킬 게 틀림없다. 그러나 북한이 도발 야욕을 완전히 접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번 도발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북한의 후계체제 공고화 작업이 여전히 진행 중이어서 더욱 그렇다.

 북한이 우리 군의 허점을 파고들며 치고 빠지는 식으로 도발해온 점을 생각하면 사전에 도발 조짐을 탐지하고 무력화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군이 지금까지와 달리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면 북한의 도발 의지를 차단하는 일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우리 군이 이번 훈련을 통해 자신감을 되찾았으리라고 믿는다. 이제 불굴의 투지로 재무장해 북이 감히 도발하지 못하도록 만전을 기하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