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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비즈 칼럼

MVNO 활성화해 통신시장 경쟁 촉진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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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박준호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지난해 국내 이동통신 3사는 하루 총 168억원, 한 해 6조1000억원 이상을 단말기 보조금 지급 등 마케팅 비용으로 썼다. 2002년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합병, KTF(지난해 KT에 합병)의 한솔PCS 합병 이후에 이통 시장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3사로 고착화됐다.

결국 새 사업자의 진입에 따른 요금 경쟁보다 기존 사업자의 보조금 경쟁으로 치달았다. 보조금 경쟁은 스마트폰 등 비싼 단말기를 쥐어 보고픈 욕구를 어느 정도 채워 주었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그러나 값싼 요금에 다양한 서비스를 원하는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했다. 정작 필요한 요금·서비스 경쟁이 실종됐다는 이야기다.

 통신시장의 요금·서비스 경쟁을 촉진하려면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활성화해 경쟁을 강화해야 한다. 이런 경쟁이 이뤄지면 낮은 요금으로 품질 좋은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통 서비스는 주파수와 통신망이 전제된다. 주파수는 한정된 공공자산이고, 통신망 구축·운영에는 막대한 초기 투자가 들어간다. 선진국에선 신규 통신 사업자에 이런 문턱을 낮춰주려고 주파수·통신망을 빌려 서비스하는 가상이동통신사업자(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 이하 MVNO)를 활성화했다. 기존 이통 사업자의 주파수와 통신망을 도매로 빌려서 좀 더 싸게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다.

미국 트랙폰은 음성통화 등 단순한 서비스를 초저가로 제공하는 선불 요금제를 선보였다. 영국 블릭은 광고 수신 대가로 가입자에게 매달 40분가량의 무료 음성 통화를 지원한다.

 국내에서도 방송통신위원회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에 다른 사업자에 주파수·통신망을 의무적으로 빌려주게 하는 MVNO 제도를 올해 확정했다. 2007년 옛 정보통신부 시절부터 추진된 MVNO 제도가 오랜 난산 끝에 시행된 것이다. 다만 휴대전화 서비스 초기부터 MVNO 제도를 도입한 미국·영국 등 선진국과 달리 통신 보급률이 100%가 넘는 국내 이통 시장에서 MVNO를 활성화하기 쉽지 않다. 브랜드 파워도 약하고 단말기 조달이나 전국적 유통망에서 절대 열세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좀 더 강력한 지원책이 요구된다.

 올 들어 불어닥친 스마트폰과 무선데이터 돌풍을 감안할 때 주파수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할 전망이다. 사실 기존 이통사에 주파수는 나라에서 빌린 자원이다. 정부가 적정 수준의 도매 대가 산정 등 정책적 개입을 할 명분이 있다. 물론 신규 사업자들도 정부가 떡 주려니 기다려선 곤란하다. 효과적인 경영전략을 수립해 험한 시장에 안착하려는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MVNO 사업을 신청한 온세텔레콤이 1만원에 100분의 휴대전화 서비스를 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나, 인터파크가 LG유플러스의 이통망으로 전자책을 서비스하기로 한 것이나 모두 통신시장의 새 바람이다.

기업과 산업 발전의 원동력은 경쟁이고, 경쟁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촉발하는 원천이다. 요금 경쟁을 넘어 통신산업의 혁신과 발전에 기여하도록 정부는 기존·신규 사업자 간 선의의 경쟁에 힘을 보태야 한다. MVNO가 이통 시장에 경쟁을 활성화하면 소비자의 통신 편익은 증진될 것이다.

박준호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