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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기문 유엔총장 생체정보도 수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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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위키리크스의 외교문서 공개는 미국 등 전 세계 주요국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28일(현지시간) 공개된 문서엔 미국의 해외공관 270여 곳이 국무부와 주고받은 정보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날 공개된 외교문서는 위키리크스가 확보한 25만 건 중 일부에 불과해 향후 추가 공개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위키리크스는 앞서 실정법 위반이란 미 정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뉴욕 타임스(NYT)와 영국 가디언 등 서방의 주요 언론에 외교전문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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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 최고위층 정보 수집=가디언은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전문 가운데 미국 정부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한 유엔 최고위층의 인터넷 비밀번호, 신용카드 번호와 함께 지문·DNA 등과 같은 생체 정보 수집을 지시한 내용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지난해 7월 ‘비밀 지령’을 통해 유엔 최고위층 인사들의 정보 수집을 지시했다. 국무부가 요구한 정보에는 휴대전화·호출기 번호나 e-메일 주소에서부터 유엔 최고위층의 내부 통신망 및 인터넷 비밀번호, 신용카드 및 자주 쓰는 항공사 마일리지 카드 번호와 일과표도 포함됐다.

 정보 수집 대상에는 반 사무총장뿐 아니라 그의 측근, 마거릿 찬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등 기구 대표와 고문, 평화유지 활동 책임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대표 등이 망라됐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국무부 외교전문에서 미 외교관들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뇌졸중 후유증으로 육체·심리적 후유증을 앓는 ‘무기력한 늙은이’로 묘사했다. [출처=가디언 웹사이트]

 ◆한반도 통일 문제 논의=올 2월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 대사는 통일 이후 한반도에 대해 양국 고위 관리가 논의한 내용을 본국에 보고했다. 이 보고서는 북한이 경제난과 정치적 불안정으로 스스로 붕괴될 것이며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통일된 한국이 미국과 긴밀한 동맹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점을 중국이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스티븐스 대사는 한국이 이를 무마하기 위해 ‘경제적 유인책(commercial inducements)’을 중국에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북한의 미사일 수출에 대한 미 정부의 우려를 나타내는 문서도 있다. 2007년 11월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이 서명한 외교전문에 따르면 북한은 당시 장거리 미사일 부품을 중국을 경유해 이란으로 넘기려 했다. 이 정보를 입수한 미 정부는 중국 측에 이를 막아달라고 긴급 요청했다. 중국 정부의 조치에 대해선 언급되지 않았지만 이란은 결국 북한으로부터 이 미사일 부품 입수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이 미사일로 서유럽과 모스크바까지 위협할 수 있게 됐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도 도움을 받았다는 게 서방 측 분석이다.

 다른 문서에선 건강이 좋지 않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언급이 있다. 한 외교관이 김정일을 ‘힘 없는 늙은이(flabby old chap)’라고 묘사했다는 내용이다.

 ◆중동 등 국제 정세에 촉각=세계의 화약고인 중동에 주재하는 미국 외교관들은 국무부에 현지 상황을 시시각각 보고했다. 이들이 보낸 외교전문엔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국왕이 이란의 핵 개발을 막기 위해 미국의 공격을 부추겼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다른 문서에선 알카에다 등 테러단체들의 최대 후원자가 사우디아라비아의 부호들이라고 지적했다. 중동 국가들의 이란에 대한 우려를 보여주는 문서도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지난해 리처드 올슨 미 대사에게 패트리엇 미사일 5기를 긴급 배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서울=최익재·이충형 기자

◆위키리크스(www.wikileaks.org)=정부·기관·기업 등의 내부고발 문건 공개 전문 사이트. 지난 4월 미군 헬기가 2007년 이라크에서 로이터통신 기자를 공격하는 38분짜리 동영상을 공개해 세계적인 파문을 일으켰다. 2006년 호주 출신의 해커 줄리언 어샌지(39)가 설립했다. 이번에 공개한 미국 국무부 외교전문은 cablegate.wikileaks.org에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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