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치 능력 키우기 송지헌 아나운서에게 듣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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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사회에서는 공부만 잘 하는 사람보다 발표력이 뛰어난 사람이 각광받는다. 23일 서울 양전초등학교 방송반 이시윤(5년)양과 문인규(5년)군이 송지헌 아나운서를 만났다. 송 아나운서가 이들의 스피치(speech) 능력을 진단하고 구체적인 훈련방법을 조언했다.

#문제점

이시윤양= 이양의 장래희망은 배우다. 하지만 내성적인 성격 탓에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할 때 긴장을 많이 한다. 마음의 여유가 없다 보니 시선처리가 부자연스럽고 손 동작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갈수록 말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문장 끝을 얼버무리는 것도 고쳐야 할 점이다. 발음은 정확한 편이지만 목소리가 작아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말을 해 자칫하면 청중들에게 지루한 인상을 줄 수 있다.

문인규군= 동물학자가 꿈인 문군은 쑥스러움을 많이 탄다. 발표만 하려고 하면 자신도 모르게 표정이 굳고 말투가 딱딱해진다. 입을 크게 벌리지 않아 목소리가 웅얼거리는 것처럼 들리고 어눌해 보이는 인상을 주는 것도 단점이다. 앉아서 말할 때는 허리를 구부리고 있고, 서서 말할 때도 어깨를 움츠리고 있어 제대로 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호흡이 짧고 단어와 문장을 적절히 끊어 읽지 않아 전달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진단 

 두 학생 모두 퍼블릭 스피치(Public Speech: 사회적 말하기) 훈련이 돼 있지 않다. 친구 또는 부모님과 1:1로 말하는 것에만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공식적인 자리에서 말할 때는 긴장하고 당황한다. 아이 컨텍(Eye Contact)을 어려워하고 표정이 굳는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상대방에게 자기 생각을 확실하게 전달하지 못하면 훌륭한 리더로 성장할 수 없다.

 스피치의 기본자세는 올바른 태도로 예의바르게 말하는 것이다. 중국 당나라 때 관리 채용의 기준으로 삼았던 ‘신언서판(身言書判)’을 기억해야 한다. 단정한 용모와 바른 말솜씨, 논리력을 갖춘 글과 판단력 이 네 가지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책을 많이 읽으면 판단력이 생긴다. 판단력이 생기면 자세가 당당해지고 조리 있게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시윤이는 안정된 목소리와 정확한 발음이 장점이다. 큰 소리로 말하는 연습을 꾸준히 하면 발표력이 향상될 것이다. 내성적인 사람들은 몰입을 잘 한다. 내성적인 성격을 장점으로 생각하고 자신감을 회복하면 얼마든지 배우의 꿈을 이룰 수 있다.

 인규는 좋은 목소리를 갖고 있다. 가슴과 어깨를 펴고 입 모양을 크게 해 말을 하면 자기도 몰랐던 새로운 소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처방

1. 좋은 내용이 담긴 책을 큰 소리로 읽어보기

 좋은 생각을 많이 하면 표정도 부드러워지고 몸도 건강해진다. 탈무드나 아프리카 속담집 등 짤막하지만 교훈적인 내용이 담긴 책을 매일 한 챕터(chapter)씩 큰 소리로 읽어본다. 강조해야 할 문장 두세 곳에 밑줄을 치고 그 부분은 목소리를 높여 말해보면 자연스러운 억양을 유지할 수 있다.

2. 책 읽고 엄마와 인터뷰하기

 이야깃거리가 풍부한 아이들은 말하는 것에 두려움을 덜 느낀다. 대화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지식의 범위가 넓을수록 표현력도 좋아진다. 위인전은 생각의 틀을 키워주는 좋은 책이다. 그림을 먼저 보며 생각을 주고받은 뒤 엄마와 한 문단씩 번갈아 읽어본다. 읽은 후에는 인터뷰 형태로 이야기를 하며 퍼블릭스피치 연습을 해본다.

3. A/V 시스템 활용하기

 제3자의 눈, 즉 객관적인 시각으로 자신이 말하는 모습을 보면 발표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청중 대신 비디오카메라를 놓고 현장감을 높이면 시선처리가 자연스럽게 되는지 알 수 있다. 전신이 카메라에 찍힐 수 있게 카메라 위치를 조절해 말하는 도중에 다리를 드는지, 짝다리를 짚고 기우뚱하게 서 있는지를 모니터링한다. 녹음한 뒤에는 발음이 정확한지, 말의 속도가 너무 빠르지는 않은지 반드시 확인한다.

4. 논리적인 글 쓰기 연습하기

 조리 있게 말하기 위해서는 논리적인 사고력이 밑바탕이 돼야 한다. 자기 생각을 글로 쓰는 연습을 하면 논리력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장래희망’ ‘존경하는 사람’ ‘좋아하는 친구’ 등 쉽게 글을 써나갈 수 있는 주제를 정해 발표용 원고를 작성해본다. 글쓰기를 싫어하는 아이라면 신문 기사나 사설을 하루에 하나씩 읽어보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5. 실수를 만회하는 기술 터득하기

 남들 앞에서 말할 때 떨리는 이유 중 하나는 ‘실수를 하면 어쩌지?’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실수를 하고 나서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기술을 터득하는 것도 말을 잘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실수한 다음에는 최소 1~2초간 가벼운 미소를 지으면 된다. ‘별일 아니다’라는 의미로 미소를 지어 보이면 청중도 안도한다. 결정적 실수를 했을 때는 솔직히 시인하고 다시 말하는 것이 좋다.

[사진설명] 송지헌 아나운서가 이시윤양과 문인규군이 원고 읽는 모습을 녹화한 테이프를 보며 조언해주고 있다.

<송보명 기자 sweetycarol@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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