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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바꾸는 ‘힘’ 시민사회단체 탐방 시리즈 ② 아산YMC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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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아산YMCA ‘숲길’ 모임 회원(왼쪽부터 이진, 이희남, 이상희, 정수연, 박신자)들이 세상에서 하나뿐인 자신만의 도감을 펼쳐 보이고 있다.

시민 혼자서는 지역사회에 살면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힘이 너무나 부족하다. 시민들의 작은 목소리를 모아 여러 분야에서 시민들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 바로 시민사회단체다. 중앙일보 천안·아산은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노동·인권보호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개인·집단의 이익이 아닌 시민들의 이익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우리 지역 시민사회단체를 찾아 조명한다.

글·사진=강태우 기자

숲길 걸으며 자연의 소중함 느낀다

나무의 특성과 나뭇잎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도감에 적혀 있다. 달개비 회원(오른쪽) 이진씨가 포자가 달린 열매를 촬영하고 있는 모습.

“꽃다지 선생님 이 가시나무가 뭐죠?”, “수수꽃다리님 그것도 몰라요? ‘초피’ 잖아요.”, “아~ 여름 내내 공부했던 그 초피? 가시가 마주 나면 ‘초피’이고, 어긋나면 ‘산초’라는 걸 알았는데 직접 보면서도 몰랐네…”.

 지난 19일 오전 아산시 송악면 강당리 강당골 계곡. 늦가을 ‘졸졸졸’ 계곡물 소리와 간간이 들리는 작은 새들의 재잘거림 외에는 평소 조용했던 강당계곡 숲 속에서 아줌마들의 밝은 웃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계곡 사이 산책로를 따라 가며 나무를 관찰하는 주부들의 입가에 웃음 꽃이 피었다. 이들은 상대방을 부를 때 이름 대신 자연에서 얻은 꽃말을 부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수수꽃다리’ 정수연(37), ‘가솔솔’ 박신자(42), ‘꽃다지’ 이상희(40), ‘달개비’ 이진(38), ‘풍경’ 이희남(34)씨 등 5명은 아산YMCA ‘숲길’ 모임에서 활동하는 주부 회원들이다.

 ‘숲길’은 아산YMCA 생태교육에 참여한 엄마들이 만든 작은 모임이다. 한 달에 세 번 정도 만나 강당골, 봉곡사, 신정호, 영인산 등을 찾아 자기만의 자연도감을 만들고 있다.

 나무, 꽃, 곤충들을 관찰하고 사진이나 직접 그림을 그려 넣어 세상에서 하나뿐인 ‘나만의 자연책’을 만드는 활동이다. 단순히 나무이름 하나, 꽃 이름 하나를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자연에게 치유 받고 생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곳이다.

 회원들이 나무 하나를 두고 관찰에 들어갔다. “찰피나무인데 나무 색이 유난히 밝아 눈에 띈다. 겨울눈을 만져보니 매끄럽고 예쁘다. 나무 기둥 색이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데 아마도 어두운 부분은 습기가 많아서 그런 것 같다.” 등 나무에 대한 자신들의 느낌과 생각을 말하며 각자의 사진기에 담았다.

 찰피나무는 피나무과의 낙엽교목으로 높이는 30m 정도. 잎은 어긋나며 난상 원형으로 끝은 짧게 뾰족하다. 가장자리에는 가는 톱니가 있다. 목재는 기구재·목기 제조용으로 껍질은 새끼줄 대용으로 쓰인다 등 자연도감에 기록된 내용과 비교해 가며 자신의 도감에 나뭇잎과 열매를 붙이고 특징을 적어 내려갔다.

 이상희씨는 “얼마 전 광대싸리를 봤는데 알고 보니 지난 봄 그 나무의 잎을 동네 분이 주셔서 맛있게 무쳐 먹은 기억이 나는데 바로 그 잎이었다”면서 “그 땐 어떤 나무의 잎인지도 몰랐는데 가을에 열매 맺히는 것에 관심을 갖고 관찰했더니 광대싸리라는 사실을 알고 새삼 자연에 대한 고마움과 동시에 자연에 대해 너무 무지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서로 모르는 회원들이 이 모임을 통해 만나 관계가 깊어졌다. 활동한 지 4개월에 불과하지만 이들은 모임을 벗어나 사회에서도 고민을 나누며 서로의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이들은 집에서도 아이와 함께 도감을 만들 예정이다.

‘행복한 아이, 몸과 마음이 건강한 아이, 꿈이 있고 그것을 스스로의 힘으로 키워나가는 아이, 자연의 순리대로 아이를 키우는 것’. 회원들은 ‘숲길’ 모임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아이들의 생태 선생님이 되는 게 목표다.

 아산시민을 위한 다양한 활동

지난 19일 아산YMCA의 가장 큰 회원조직인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 정식 명칭은 icoop아산YMCA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 법인창립을 위한 발기인 대회를 가졌다.

 생협은 2001년 회원들이 참여하는 친환경 생활재 구매모임 ‘소박한 밥상’으로 시작해 2003년 생활협동조합으로 공식 출범한 회원조직이다. 생협은 2004년 이후 지속하고 있는 ‘어의정 벼룩시장’과 2008년 100여명의 조합원들이 출자해 설립한 친환경 생활재 매장 ‘자연드림’을 운영하고 있다.

 아산YMCA에는 생협처럼 오래된 회원들의 활동 외에도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프로그램들이 있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이 청소년거리문화축제 발악(發樂)이다. 2001년 청소년문화에 관심이 있는 개인, 단체들이 모여 청소년들이 직접 참여하는 청소년 축제를 만들어 보자는 의도에서 시작했다. 같은 해 11월 제1회 청소년거리문화축제가 결실로 나타났다.

 하지만 10년의 시간은 그리 순탄치하지만은 않았다.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 기반시설도 전무했다. 2009년에는 갑작스런 신종플루 여파로 행사가 취소되기도 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지난 6일 온양온천역 광장에서 ‘제9회 청소년거리문화축제 발악(發樂) 2010’을 개최했다. 극복해야 할 과제들은 많지만 아산지역 청소년문화에 대한 발악(發樂)의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

 아산YMCA가 지역사회에서 진행 중인 또 다른 실험은 사회적기업 ‘아산YMCA아가야’다. 아가야센터는 2006년 8월 설립된 시간제전담 보육시설이다. 도시화, 핵가족화의 사회적 흐름에서 보육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YMCA와, SK의 사회공헌사업, 노동부의 사회적일자리가 결합해 탄생한 결과물이다.

 아산YMCA는 출산과 육아의 경험이 있는 경력단절 여성들을 중심으로 교사를 모집했다. 60여 시간의 이론, 40여 시간의 실습교육을 통해 현장에 배치했다. 처음에는 시간제 돌봄이라는 것이 과연 성립 가능할지 반신반의했지만 차츰 서비스가 지역사회에 알려졌다. 집으로 찾아가는 파견보육과 센터에 아이를 맡기는 공간보육을 합해 하루 30여명 정도의 꾸준한 이용을 보이고 있다.

 사설업체들이 뛰어들기 힘든 틈새시장이지만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일정 정도 검증이 된 셈이다. 일반 어린이집에 적응을 못하던 아이들이 아가야를 거쳐 적응하는 사례에서 부모와 교사들은 힘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시장 경쟁구조에서의 자립은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다. 내년 6월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자립운영을 앞두고 아산YMCA와 교사들은 서비스의 개선과 운영체계의 변화를 통해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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