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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프로야구 ‘통합리그’ 만들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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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호 30면

국제 무대에서 질주하는 중국의 기세는 스포츠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중국이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기 시작한 것은 1974년 제7회 테헤란 대회다. 중국은 첫 출전 대회에서 일본과 개최국 이란에 이어 3위에 올랐다. 8회 방콕 대회에서는 일본에 이어 2위, 9회 뉴델리 대회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이후 2006년 15회 도하 대회까지 중국은 한번도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이런 중국의 기세는 여름올림픽에서도 재현된다. 제26회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4위를 차지했던 중국은 27회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3위, 28회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2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29회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마침내 세계 정상에 올랐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한 계단씩 올라가는 중국의 기세가 무서울 뿐이다.

박경덕 칼럼

이렇게 잘나가는 중국도 정말 안 되는 분야가 하나 있다. 바로 축구다. 중국 축구는 안방에서 열리는 이번 아시안게임을 도약의 기회로 보고 총력을 다해 준비했다. 결과는 영 아니었다. 중국은 예선에서 일본에 0-3으로 참패했다. 한국과 만난 16강전에서도 역시 0-3으로 완패해 일찌감치 보따리를 쌌다.

한국과 일본 축구가 중국보다 확실히 한수 위라는 사실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확인됐다. 돌이켜보면 그 계기는 2002 한·일 월드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불편한 일본과 월드컵을 함께 개최한다는 사실이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런 세계적 대회를 계기로 한국과 일본 축구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한국은 16강이라는 염원을 넘어 ‘4강 신화’를 창조했다. 일본도 16강에 이름을 올리며 공동개최국으로서 선전했다.

월드컵에서 뛰던 우리 선수들의 모습은 전 세계로 생중계됐고, 이후 선진 리그 진출이 러시를 이루었다. 박지성·이영표·설기현·송종국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선진 리그에서 배운 기량을 다시 국내 선수들에게 전하는 첨병 역할을 담당했다. 결과는 남아공 월드컵에서 첫 원정 16강이란 수확으로 돌아왔다. 함께 남아공에서 16강에 오른 일본은 한국 축구의 영원한 라이벌로서 다시 한번 한국 축구를 발전시키는 자극제임을 확인시켰다.

야구도 그렇다. 한국과 일본은 라이벌로서 세계 야구 무대의 명실상부한 주역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아시안게임에 일본이 아마추어팀을 보낸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금 한국 야구와 일본 야구가 힘을 합쳐 최선의 경기를 선보여야 할 이유가 한두 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올림픽에 야구를 복귀시키기 위해 두 나라가 힘을 합쳐야 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딴 것을 마지막으로 야구는 정식 종목에서 제외됐다. ‘야구 올림픽’으로 불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우승국인 일본은 한국과 올림픽에 야구 종목을 부활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러려면 기회 있을 때마다 최상의 기량으로 지구촌을 매혹시켜야 한다.

일본이 2013년 예정된 차기 WBC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도 한국이 필요하다. 안방에서 두 차례나 일본에 우승을 내준 미국이 계속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중남미 야구 강국도 일본 야구에 대한 나름대로의 대비책을 마련할 것이다. 대만의 도전도 만만찮다.

전환기를 맞은 한국 야구도 일본이 필요하긴 마찬가지다. 한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올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모두 전승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국내 프로야구는 올해 사상 최다인 592만 명이 야구장을 찾았다. 양과 질 양쪽에서 공히 변화의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지난해 미국 CNN방송은 한국과 일본이 맞붙은 WBC 결승전을 ‘세기의 경기’로 표현했다. 100년
에 한 번 나오는 명승부란 의미였다. 그런 명승부를 펼친 나라끼리 상시 경기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어떨까. 일본과 프로야구 리그를 통합하자는 것이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전력도 비슷해 큰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전면 통합에 앞서 한국 프로 1팀과 일본 프로 1팀씩 교대로 상대국에 건너가 시합을 벌이는 형식부터 검토했으면 좋겠다.

2002 한·일 월드컵에 이어 ‘2012 한·일 프로야구 통합리그’가 성사된다면 두 나라 야구는 축구가 그랬던 것처럼 또다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1차적으로 2013년 제3회 WBC에서 한국과 일본이 다시 ‘세기의 대결’을 펼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언젠가 부활할 올림픽 야구 결승전에서도 두 나라가 맞붙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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