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처음 시작한 30여 년 전, 난 내 사진의 방향을 어디에다 맞출까 고민했다. 건축물을 택해볼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건축사진을 찍으려면 건축에 대해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는 방향을 돌렸다. 우리나라 최고의 건축가로 손꼽히는 김원 선생은 사진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사진이 잘 나오는 건축물만 찍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란다. 그는 표정 없는 건물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한다. ‘건축은 잘 생겨서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는 그의 건축철학에 나는 깊이 공감한다.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좋은 건축이라는 철학에 감동한 나는 그저 훌륭한 건축가의 인물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PORTRAIT ESSAY ]이은주의 사진으로 만난 인연
그의 사진을 찍을 때는 멋진 건축예술 작품 앞에 선 것처럼 떨린다. 그가 지닌 예술적 카리스마에 압도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만나면 정말 따뜻한 친구처럼 느껴진다. 다양한 예술가들과 깊은 친교를 맺고 있는 그는 건축의 참된 철학과 예술의 진수를 가르쳐주는 멋쟁이 예술가다.
이은주씨는 1981년 제30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사진부문 대상 수상. 국내외에서 개인전을 20여 회 했다. 저서로 사진집 『108 문화예술인』 『이은주가 만난 부부 이야기』 등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