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법으로 정했는데 … 법인세 감세 철회는 세금 올리는 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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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를 하면 단기적으론 세수가 줄어든다. 2008년 시행된 감세조치의 경우 5년간 33조원의 세수가 줄어든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추계방법의 차이가 있지만 5년간 감소분을 90조원으로 보는 곳(국회 예산정책처)도 있다. 당시 추진된 여러 세목에 대한 감세조치의 대부분은 이미 실현됐다. 남은 것은 소득세 최고구간에 대한 세율 2% 인하와 과표 2억원 이상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율 인하(2%포인트) 정도다. 전문가들은 이 중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을 신설할 경우 4000억원, 소득세 감세를 아예 철회하면 8000억~9000억원가량의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 법인세 감세를 포기하면 연간 3조2000억원가량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까지가 감세 철회로 당장 얻을 수 있는 세수 증대 효과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감세의 명분은 경기 자극 효과에 있다. 감세는 소비와 투자를 늘리고, 이게 성장잠재력을 키워 세수 기반이 확대되며, 결국 장기적으로는 세수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해 시행된 노후차 교체 세제지원이다. 세금 감면 덕에 지난해 자동차 판매는 20.7% 늘었다. 이게 국내총생산(GDP)을 0.8%포인트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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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비해 소득세나 법인세 감면 효과는 장기에 걸쳐 나타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GDP 1% 규모의 감세를 전제로 소득세의 경우 10년 뒤 GDP를 0.37%가량 더 성장시킬 것으로 전망한다. 법인세 감세는 10년차에 GDP를 0.8% 정도 더 키우는 효과를 낸다고 한다. 성균관대 안종범(경제학) 교수도 “법인세율을 3%포인트 낮추면 장기투자가 7조5400억원가량 늘고, 이에 따라 부가가치 5조179억원과 고용 13만8000여 명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법인세의 경우 이미 법에 인하를 명시했고 이에 따른 투자가 이뤄진 만큼 감세를 철회할 경우 세율이 인상되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런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는지에 대해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2008년 이미 법인세율이 3%포인트 낮아졌는데도 기업들은 현금을 쌓아놓을 뿐 투자에 인색했다는 것이 반대론자들의 지적이다. 폴 크루그먼 미 프린스턴대 교수는 아예 “부시 대통령의 감세가 미국 경제를 망쳐놨다”고 주장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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