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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공조 깨지면 더블딥 올 수도 … 금융연구원·존스홉킨스 공동 세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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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한국금융연구원과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이 공동 개최한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세미나에선 금융위기의 여진 속에서 세계 경제가 위기를 제대로 극복할 것인지, 비교적 빨리 금융위기에서 벗어난 한국이 안정적인 성장세를 계속 유지할지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정경민 특파원]


“앞으로 세계 경제가 당면할 가장 큰 위험은 국제공조의 붕괴다.”

 한국과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가 입을 모아 제기한 경고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과 한국금융연구원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한 ‘2011~2012 세계 경제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세미나를 통해서다.

 양측 학자들은 한결같이 붕괴 위기에 처한 국제공조를 우려했다. 한국 경제가 풀어야 할 숙제로는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한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가 꼽혔다. 수출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급속한 고령화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세계 경제를 전망하는 첫 세션에서 케빈 오룩 트리니티대 교수는 세계 경제가 앞으로 더 어려운 고비를 맞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 초기와 달리 앞으로 세계 각국은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긴축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뿐 아니라 가계도 빚을 더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므로 경기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아시아는 수출 주도 성장모델을 내수 주도로 옮겨 서구와의 불균형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기조연설을 한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도 “중국이 세계 경제의 리더로 자리 잡자면 정부보다 시장과 시민사회의 역할을 키우고, 국제사회가 보호주의·민족주의로 흐르지 않도록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이사장은 논평을 통해 “앞으로 5~6년 동안 저성장·고실업의 고통을 겪을 미국과 서유럽에선 보호주의가 먹혀들 여지가 커질 것”이라며 “이로 인해 국제공조가 깨진다면 세계는 1930년대 대공황보다 더 혹독한 상황에 처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첫 세션 두 번째 발표자인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는 일관성 없는 통화정책의 폐해를 지적했다. 그는 “1980년대 중반 이후 세계 경제는 일관된 통화정책 덕분에 안정 국면에 진입했다”며 “그런데 앨런 그린스펀 Fed 전 의장이 2002~2006년 무리한 저금리 정책을 하는 바람에 안정이 흔들렸다”고 말했다. 그는 “Fed의 양적 완화도 부양효과를 내지 못할 공산이 크다”며 “이로 인해 환율분쟁이 촉발됨으로써 국제공조에 금이 가게 된 것도 심각한 부작용”이라고 비판했다.

 ‘한국 경제의 미래’라는 주제의 세션에선 한국을 향한 쓴소리도 나왔다. 장민 금융연구원 박사는 “한국은 그동안 수출 주도의 성장 모델로 성공했지만 지금은 이로 인해 외부 충격에 약해졌다”며 “수출을 위해 제조업만 육성하다 보니 서비스산업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마커스 노랜드 패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한국은 밖으론 제조업에서 중국의 추격을 받고 있고 안으론 급속한 고령화라는 고민을 안고 있다”며 “돌파구는 획기적인 규제개혁을 통한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엔 고등교육을 받은 유휴 여성인력이 많은데 이들을 활용하면 고령화를 푸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워싱턴=정경민 특파원·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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