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에 물려 …' 헤지펀드 위기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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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0일 뉴욕 증권가에는 "다수의 헤지펀드가 제너럴 모터스(GM)의 주식과 회사채를 연계한 투기적 파생거래에 나섰다가 지급능력에 타격을 입었다"는 소문이 유포됐다. 곧이어 시장에는 헤지펀드의 부채담보부증권(CDO) 투자분 중 부실화된 5억 달러대의 자산 때문에 70억~80억 달러 규모의 펀드가 청산될 것이라는 얘기까지 전해졌다.

CDO는 회사채나 기업의 신용도와 연계된 유가증권을 하나의 풀(pool)로 모아 유동화한 것이다. CDO 내 일부 자산의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자산 전체가 부실화될 수 있다.

GM과 관련해 문제가 되고 있는 헤지펀드의 정체는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미국 내 최대 회사채 발행사인 GM의 주식과 회사채 수익률을 연계한 전략을 구성했다가 실패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GM의 실적 경고가 나온 뒤 일부 헤지펀드는 GM의 주가 하락에 베팅했다. 하지만 4일 커크 커코리언이 GM 주식의 공개매수를 선언하자 이날 GM의 주가는 18%나 급등했다. 또 GM 회사채 매입에 나섰던 헤지펀드들은 다음날 GM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낭패를 봤다. S&P가 GM 회사채 등급을 정크본드 수준으로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헤지펀드들이 가장 선호해온 전환사채(CB)의 수익률도 지난달 15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해 CB에 투자한 헤지펀드들은 4월에만 3.5%의 손실을 냈다.

10일 뉴욕 채권시장에서는 "헤지펀드들이 자산을 팔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위험자산인 주식과 회사채를 팔고 안전자산인 국채를 사려는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11일 국내 금융회사가 GM과 관련된 여신을 1억2000만 달러(1200억원)어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여신의 대부분은 은행들이 자산운용의 일환으로 해외 유통시장에서 취득한 GM 자회사의 회사채 보유액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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