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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식사 약속에 배석 … 글로벌 경영인 만나며 ‘수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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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은 2000년대 이후 삼성전자의 급성장을 중심에서 지켜봐 왔다. 1991년 서울대 동양사학과(87학번)를 졸업한 후 삼성전자 부장으로 입사했지만, 곧 일본 게이오대와 미국 하버드대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

 본격적으로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1년. 삼성전자 경영기획실 상무보로 오면서다. 이후 주로 기획과 해외 파트를 맡아 경영 수업을 받았다. 2003년 상무가 됐고, 2007년엔 전무로 승진하면서 고객담당최고책임자(CCO)를 맡았다. 신설된 자리인 CCO를 맡아 그는 IBM·애플 등 주요 고객사의 경영인들과 교류하면서 인맥을 넓히고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동향을 익혔다. 2004년 삼성이 소니와 합작한 S-LCD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린 뒤, 이 회사를 성공시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삼성전자 핵심 연구 인력들의 모임인 첨단기술연구회에 참여하며 미래 먹을거리를 발굴하는 데 많은 관심을 보였다. 특검 사태 여파로 2008년 4월 삼성그룹이 경영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그는 CCO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주로 신흥시장 개척 임무를 맡아 중국 등을 돌며 순환근무를 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부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돌아왔다.

 이력에서 보듯 10년 가까이 회사 주요 보직을 거치며 업무 전반을 익혀왔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근까지도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점심·저녁 약속에 배석해 세계 주요 경영인, 각계 인사들을 만나며 안목을 키우고 있다고 한다.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 최도석 삼성카드 부회장, 최주현 삼성에버랜드 사장 등이 그의 경영 수업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룹 홍보를 총괄하는 이인용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장이 그의 서울대 동양사학과 선배다.

 경영 스타일에 대해 회사 관계자들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밑에다 권한을 주고 맡기는 스타일”이라고 평한다. 인력 양성에도 관심이 많아 지난 9월 전국 공고교장회 임원 20명을 수원공장으로 초청한 자리에서 “고학력이 아니더라도 사회에서 톱클래스로 대접받을 수 있도록 삼성이 분위기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를 맡기에 아직 그의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다. 인터넷붐이 일던 2000년 5월 그가 관련됐던 e-삼성은 2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내고 사업을 접었다. 이때의 부실을 계열사에 떠넘겼다며 참여연대로부터 다른 임원들과 함께 고발까지 당했지만 특검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대학 재학 시절 승마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하며, 국제대회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등 대기업 2, 3세 경영인들과 모임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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