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결사항전’ vs 검찰 ‘임전무퇴’… 청목회 수사 정면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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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손학규 대표(오른쪽)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17일 열린 의총에 참석해 검찰의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 체포와 관련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안성식 기자]

민주당은 17일 하루 종일 격앙된 분위기였다.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입법로비 의혹과 관련, 당 소속 강기정·최규식 의원 측 관계자 3명이 전날 체포됐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는 오전 8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다. 당초 예정된 경북 상주의 4대 강 현장 방문 일정까지 취소했다. 이어 오전 9시30분쯤 시작된 긴급 의원총회에선 두 시간 가까이 격론이 벌어졌다.

 특히 손학규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을 직접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이명박-이상득-박영준’으로 이어지는 어둠의 삼각 권력을 지켜내기 위해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며 “자신의 부인 이름을 걸면 괘씸죄를 걸어서 생사람이라도 잡겠다는 수구적인 태도”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검찰 권력으로 죽일 때 그의 손은 이제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손이 됐다”고도 했다. 손 대표가 청목회 수사와 관련해 대통령을 거론한 건 처음이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야당을 죽이려면 깡그리 다 죽이라는 차원에서 민주당 의원 87명 전원에 대한 수사촉구서를 제출하자”는 제안도 했다. 장세환 의원은 “검찰 소환에 불응하면서 우리가 정말 죄가 있는 것처럼 오해를 부른 측면이 있다”며 “정면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현희 원내대변인은 “발언에 나선 16명의 의원들이 모두 단호히 맞서서 싸워야 한다는 말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에도 의총을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의총에서 일부 의원들은 장외 투쟁을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당분간 모든 상임위를 보이콧하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화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청목회 수사를 민간인 불법 사찰과 검찰 비리를 덮으려는 국면전환용 수사로 보고, 국정조사와 특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예산 심사 일정과 연계하겠다는 방침도 정했다. 그 바람에 이날 예결위 전체회의는 2시간여 만에 정회되는 등 파행 운영됐다. 민주당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을 분리하도록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검찰 개혁으로 맞불을 놓겠다는 의도다.  

글=선승혜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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