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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 대상 행복 교과서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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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교과 형식으로 구성된 행복 교과서의 일부.

학생들이 ‘행복해지는 법’을 배울 수 있게 된다. 서울대학교 도덕심리연구실 문용린(전 교육부 장관·교육학과) 교수 연구팀은 9월 중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한 행복 교과서’ 개발을 완료했다. 이 교과서는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의 최종 검수를 거쳐 내년 중 시판될 예정이다. 내년부턴 교사 대상 연수 프로그램도 진행될 예정이다.

미·영 등은 학교 현장서 행복 가르쳐온 지 오래

행복도 연습과 훈련을 통해 단련될 수 있는 기술이라는 것이 행복 교과서의 전제다. 문 교수는 “청소년은 ‘○○해야 행복하다’ 식으로 행복을 종속변수로 생각하는 데 익숙하다”며 “그러나 행복은 사실상 독립변수로, 어떤 조건이 주어지든지 그 상황을 활용해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찌감치 학교 현장에서 행복에 대해 가르치고 있는 나라들이 많다. 영국 정부는 2007년부터 중등교육과정에 행복 수업을 도입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1990년부터 미국 펜실베이니아 지역 중·고교를 중심으로 실시하는 펜실베이니아 회복 탄력성 프로그램(PRP: The Penn Resiliency Program)도 학교 현장에서 행복을 가르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우울한 감정을 해결할 수 있는 행동 기술과 함께 행복해지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긍정심리학 핵심 이론 차용해

행복 교과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 청소년의 자살률이 최상위권, 행복지수는 최하위권인 상황을 벗어나자는 취지로 국내 행복 전문가들이 모여 완성한 교재다. 서울대 도덕심리연구실 연구진 외에도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장 최인철 교수와 재단법인 행복마을 대표인 용타 스님, 현직 초·중등 교사 3명이 개발에 참여했다. 완성 직전 견본 내용을 서울 전농중학교 학생들에게 시험 배포해 학생들의 의견도 수렴했다. 7개월간 투자된 6000만원의 연구비는 SK케미칼 최창원 대표이사 부회장이 맡았다.

핵심 이론은 최근 부각되는 긍정심리학에서 차용했다. 긍정심리학의 창시자이며 미국 심리학회 회장을 역임한 마틴 셀리그먼(미 펜실베이니아대 심리학과) 교수가 제안한 좋은 삶(Good Life) 모형에서 세 가지 종류의 측면을 가져왔다. 교재 개발에 참여한 백수현(서울대 교육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대단원을 즐거운 삶·몰입하는 삶·의미 있는 삶으로 나눈 뒤 각각의 소주제를 잡아 총 10단원으로 완성했다”며 “각 단원마다 원리와 적용으로 나눠 실제 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행복일기 쓰는 법, 행복지수 측정법과 같은 내용도 추가해 실제와 이론의 연계를 꾀했다.

재량활동시간 교과채택 가능 … 홈스쿨 활용도

행복 교과서는 현재까지 중학교 2학년용으로 개발된 교재가 전부다. 시중 출시와 검인정도 내년으로 예정돼 있다. 그러나 정규 교과 등록 전이라도 학교의 재량활동시간에 교재로 채택해 전체 21차시를 1년에 걸쳐 운영할 수 있다. 부모와 함께 공부한다면 학년에 관계없이 가정에서 홈스쿨 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다. 문 교수는 “초등 4학년 이상이라면 가정에서 매일 한 시간 정도 수업으로 내용을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교사용 지도서와 참고자료용 부록도 모두 완성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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