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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광저우] 홍명보의 히든 카드, 중국 울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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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후반 5분 프리킥으로 두 번째 골을 터뜨린 박주영이 포효하고 있다. 한국은 전반 20분 김정우의 선제골과 후반 13분 조영철의 추가 골로 3-0 대승을 거뒀다. [광저우=연합뉴스]

홍명보팀이 아시안게임 8강에 올랐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대표팀은 15일 광저우 톈허경기장에서 열린 홈팀 중국과 16강전에서 3-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19일 카타르-우즈베키스탄전 승자와 4강 진출을 다툰다.

 누가 ‘와일드 카드(24세 이상 선수)’를 ‘계륵’이라고 했던가. 홍명보팀은 ‘와일드 카드’를 살뜰히 활용하며 중국전 첨병으로 활용했다.

 출전 선수 연령 제한(23세 이하)이 있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축구에는 팀당 3명까지 24세 이상 선수를 포함시킬 수 있다. 하지만 역대 대표팀은 단 한 번도 ‘와일드 카드’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대회 개막 직전 부상이 잦았고 주력 선수들과 나이 차가 많아 팀이 하나로 뭉치지 못했다. 실력은 뛰어나지만 조직력에 문제가 생겨, 선발하기도 그렇고 무시할 수도 없는 ‘계륵’에 비유됐다.

 하지만 홍명보팀은 달랐다. 와일드 카드인 김정우(28·상무)와 박주영(25·모나코)은 빨리 팀에 녹아들며 훈련과 숙소 생활에서 후배들을 뒤에서 밀어줬다. 그리고 경기장에서는 한 발 더 뛰었다.

 전반 20분 맏형 김정우가 먼저 나섰다. 왼쪽 측면을 뚫은 지동원(전남)이 올린 크로스를 조영철(니가타)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받아 드리블한 뒤 곧바로 슈팅으로 연결했다. 볼이 골문을 벗어나려는 순간 김정우(성남)가 달려들며 왼발로 마무리를 지었다.

 후반 5분에는 박주영의 차례였다. 박주영은 프리킥 찬스에서 장기인 오른발 킥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아크 오른쪽에서 강하게 감아찬 볼은 골문 반대편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남아공 월드컵 나이지리전 때의 프리킥 골을 연상시켰다. 박주영의 골로 중국의 사기는 꺾이고 말았다. 후반 13분 조영철(니가타)은 지동원의 패스를 받아 쐐기 골을 성공시키며 이날의 대승을 자축했다. 이로써 한국은 중국과 올림픽팀 간 대결에서 8승1무로 무패기록을 이어갔다.

 경기 전 변수로 점쳐졌던 5만 홈 관중의 극성스러운 응원은 기우에 그쳤다. 일찌감치 선제골이 터지자 응원석의 열기는 잦아들었다. 박주영의 골이 나오자 관중석은 찬물을 끼얹은 듯했다. 후반 중반부터는 한국이 공격할 때 “한 골 더 넣어라”며 자포자기하는 분위기로 돌변했다. 일찌감치 경기장을 떠나는 사람도 많았다. 심판 판정도 공정했다. 이날 주심으로 나선 사이드 모자파비(이란)는 중국의 과격한 플레이에 적극적으로 파울을 선언하며 홈어드밴티지를 적용하지 않았다. 

광저우=장치혁 기자



“아직 우승 생각할 때 아니다”

◆홍명보 감독의 말=어려운 상황에서 승리해 기쁘다. 경기 전 중국 관중들의 열성적인 응원을 알고 있었다. 이겨내기 쉽지 않을 거라 예상했지만 경기력과 결과 모두 우리 선수들이 최고의 경기를 했다. 전반전 1골만 넣으면 자신이 있었는데 뜻대로 풀렸다. 아직 우승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 11일 사이 4경기를 치렀다. 상대 분석도 중요하지만 쉬면서 우리 팀을 추스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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