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잘하는 철강·IT 등 융합해야 살길 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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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한국이 가장 잘하고 있는 산업들을 융합·복합화해야 우리의 살길이 나온다.”

 황창규(사진) 지식경제 연구개발(R&D) 전략기획단장(전 삼성전자 기술총괄 사장)의 말이다. 그는 15일(현지시간) 뉴욕에서 한국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앞으로 한국의 R&D 방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처럼 철강·반도체·자동차·조선·화학·원자력과 같은 핵심 산업을 고르게 세계 5위권에 올려놓고 있는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며 “새 분야를 찾기보다 지금 잘하고 있는 이들 산업을 융·복합화해 한 단계 점프하는 새 기술·제품을 만드는 게 가장 효율적인 R&D”라고 설명했다.

 황 단장은 “기존에도 융·복합화 논의가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한 것은 제각각 개발한 기술·제품을 나중에 물리적으로 합치는 방법만을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융·복합화가 성공하려면 초기 개발단계부터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자동차에 정보기술(IT) 기기를 얹는 단순한 물리적 결합이 아니라, 자동차 생산 기술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새로운 반도체 생산 공정이나 소재를 찾아내는 게 화학적 융·복합이라는 것이다.

 그는 “중국의 도전이 거세긴 하지만 아직은 이 분야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일본은 이미 덩치가 너무 커져 국가적 차원의 융·복합화를 추진하기엔 어려움이 많다”고 덧붙였다.

 R&D기획단은 5~7년 후 한국의 먹을거리 산업이 될 7~8개 프로젝트를 내년 1월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황 단장은 “탄소 기반 소재와 IT를 활용한 스마트 헬스케어가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중기적으로 극복해야 할 약점 중 하나는 소재”라며 “수많은 소재 중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걸 골라보니 탄소 기반 소재가 뽑혔다”고 설명했다.

 R&D기획단은 국가적 차원에서 육성과 지원이 필요한 R&D 과제를 발굴·평가하고 관련 예산을 집행하는 지식경제부 산하 R&D 컨트롤 타워다.

 황 단장은 15일엔 보스턴을 방문해 기술자문위원으로 선정된 해외 석학들을 면담하고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에서 한국의 반도체 성공사례를 발표했다. 한국 반도체 성공사례가 하버드대에서 발표되기는 이번이 여섯 번째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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