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이인규 등 3명 징역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민간인 불법 사찰’과 관련해 구속 기소된 이인규(54)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 등 3명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민간인 불법 사찰 행위를 지휘·감독하거나 직접 수행해 그 책임이 크고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범행을 극구 부인하고 ▶민간인을 공공기관 종사자로 착각했다는 주장을 계속하는 등 범행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재판부가 밝힌 실형 선고 이유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부장 정선재)는 15일 김종익 전 KB한마음(현 NS한마음) 대표에게 압력을 행사해 대표직을 사임하게 하고 회사의 보유 지분을 내놓게 한 혐의(강요 등)로 기소된 이 전 지원관에게 징역 1년6월, 김충곤(54) 전 점검1팀장에게 징역 1년2월, 원모(48) 전 조사관에게 징역 10월의 실형을 각각 선고했다. 불구속 기소됐던 원 전 조사관은 이날 법정 구속됐다. 지원관실 파견 직원 김모(42)씨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전 지원관 등은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가 처음부터 공공기관 종사자가 아닌 민간인임을 알면서도 조사했고 국민은행 등을 통해 압력을 행사해 대표이사직을 사직하고 보유한 지분을 양도하게 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라고 선언하고 있다”며 “이를 저버리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현저히 침해한 행위는 지극히 비난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 지원관 등이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 부부를 불법 사찰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지원관실에서 ‘남○○ 내사 관련 보석밀수 입증자료 확보 등’ 등의 문건을 작성하는 등 위법하거나 부당한 행위를 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남 의원의 부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전 동업자가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자발적으로 자료를 제공한 점 등으로 볼 때 “직권을 남용해 법률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원관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빼돌려 불법 사찰의 증거를 훼손한 혐의(증거인멸 등)로 기소돼 ‘청와대 대포폰’ 논란을 일으켰던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과 장모 주무관에 대한 선고 공판은 22일 열린다.

구희령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