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 경쟁력이다] '장보고의 고향' 완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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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전남 완도군 해신 세트장 청해포구를 찾은 관광객들이 세트장을 살펴 보고 있다.완도=양광삼 기자

'장보고의 고장' 전남 완도군은 올들어 내내 관광객들로 북적거렸다. 인구 2만5000명의 완도 섬에는 요즘 평일 1만여명,주말 4만~5만여명의 관광객이 찾아온다. 식당.숙박업소.특산품 판매장은 연일 넘쳐나는 손님들로 즐거운 비명이다.

완도군 번영회장 황정국(62)씨는 "요즘 섬 전체에 활기가 넘치고 있다"며 관광객들이 하도 많아 '이러다 섬이 가라앉는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라고 했다.

완도군이 지난 10년간 힘써 온 '장보고 내세우기'가 관광객 유치로 결실을 맺고 있다.

◆ 장보고 띄우기=지난 6~8일의 '2005 완도 장보고 축제'가 끝난 지 이틀 만인 10일 완도대교에 들어서자 거리는 온통 드라마 '해신'의 깃발로 뒤덮여 있다. 시내 곳곳에는 '천년의 꿈 다시 바다로 돌아온 해신 장보고'등 장보고를 기리는 플래카드 물결이다.

평일인데도 전국 각지에서 관광버스가 줄을 잇는다.유치원 견학단부터 수학여행.효도관광.가족 나들이객들이 넘친다. 수학여행을 온 김성희(17.경기도 평택시)양은 "드라마 세트장을 실감나게 꾸며놔 역사의 인물 장보고를 보다 친근하게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완도군이 장보고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지역 발전을 꾀하기 시작한 것은 1996년.완도군이 생긴 지 100년을 맞아 기념행사를 준비하다 장보고를 주제로 한 축제를 시작했다. 1200여년 전 동아시아 해상을 장악해 무역을 발전시킨 장보고 대사의 발자취를 되살리자는 취지였다.

완도군은 이후 '장보고 선양계'전담부서를 두고,매년 뱃길탐사.학술세미나 등을 통해 정신적 자원인 장보고를 완도의 자산으로 활용했다. 1999년 11월 민간주도로 해상왕 장보고 기념사업회가 설립되면서 장보고의 재조명.평가사업 등이 활발해 졌다.

◆ 세트장 유치에 총력=최인호의 소설 '해신'이 2001년 8월부터 1년 동안 중앙일보에 연재된 뒤 이듬해 책으로 나와 장보고는 일반에게 한층 친숙해 졌다. 또 2003년 KBS의 신년스페셜 다큐멘터리 '해신'이 제작돼 5회에 걸쳐 방송되기도 했다.

완도군은 그 해 드라마 제작 소식을 듣고 촬영세트장을 유치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였다. 방송사 측은 원거리 제작에 따른 어려움 등을 들어 난색을 표명했다.

'드라마 해신 유치 범 군민 추진위'가 구성되고 김종식 완도군수 등이 서울을 오가며 6개월간 설득작업을 펼쳤다. 완도군은 "제작비의 일부를 부담하고 헬기를 띄워서라도 배우를 수송하겠다"고 제의했다.

완도군은 KBS 측에 세트장 부지를 제공하고 전남도의 지원을 받아 50억원을 들여 제작에 필요한 선착장과 세트장 토목공사를 했다. 군은 "청해진 역사공원 및 성역화 사업비 706억원 중 군비 부담이 306억원인 데 비해 훨씬 적은 돈으로 단기간에 홍보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투자를 결정했다.

김 군수는 "관광지로서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선 이 같은 과감한 '벤처투자'가 필요하다는 점 등을 들어 주민들을 설득했다"면서 "장보고의 역동적 삶이 일반이 널리 알려진다면 완도가 다시 한번 번성할 것으로 확신했다"고 말했다.

◆ 관광대박=관광객은 기대 이상으로 몰려왔다.주민들은 "완도가 제2 부흥기를 맞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관광차량 행렬이 해남.강진서부터 30㎞이상 늘어서기도 한다. 주말의 경우 40여곳의 숙박업소 예약이 2~3일 전쯤 끝나기 십상이다.

한 모텔의 주인은 "단체관광객들의 경우 완도에서 방을 구하지 못해 멀리 해남.강진으로 나가 숙박을 해야 하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며 "손님이 지난해에 비해 3배 이상 급증했다"고 말했다. 정도리 구계등을 비롯한 30여곳의 민박집도 사정은 마찬가지.

대신리 소세포 세트장과 군외면 불목리 세트장 주변으로 50여곳의 줄지어선 특산물판매장과 노점상은 물건이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주민 김모(50.여)씨는 "3평 남짓한 임시 특산물판매장에서 하루 최고 200여만원의 매상을 올렸다"고 말했다. 섬을 일주하는 320t급 '장보고 유람선'이 지난달 16일 취항하기도 했다.

완도군은 올 들어 지난 9일까지 완도를 찾은 관광객이 180여만명에 이른 것으로 집계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관광객 50여만명의 3.6배 수준이고,연간관광객 230여만명의 78%에 이른다. 이에 따라 올들어 ▶숙박업소 164억원 ▶특산품 판매 146억원 ▶식당가 255억원 ▶기타 주유소 등 17억원 등 582억원의 관광 소득증대 효과를 거둔 것으로 추정했다.

군은 드라마 세트장 개설 이후 지난 1월 27일 '건강의 섬,완도방문의 해'를 선포하고, 올해 관광객 500만명 유치를 목표로 내걸었다.

완도=천창환 기자<chuncw@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 <yks23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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