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노 전 대통령 묘소에 인분 뿌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60대 남자가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에 인분을 뿌리다 현장에서 붙잡혔다.

 14일 오후 1시쯤 정모(62·무직·경북 경산시)씨가 노 전 대통령의 묘소에 10L짜리 물통에 담아온 인분을 뿌리고 B4용지에 직접 쓴 유인물 22장을 살포하다 묘역을 경비하는 전경에 붙잡혔다. 당시 묘역에는 참배객 200여 명이 있었다. 정씨는 일주일 전부터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인분을 모아 물통에 담은 뒤 배낭에 넣어 봉화마을에 도착했다.

 유인물에는 ‘노무현 그대 무덤에 똥물을 부으며’라는 제목 아래 “전교조, 전공노, 민주노총 등 민주세력을 가장한 무수한 좌파세력의 생성을 도와 온 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다. 친북 좌파세력들이 국가 정체성을 혼돈에 빠뜨렸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가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된 뒤 장관 등을 잘못 임용해 좌익 인사들이 판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인분을 뿌렸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묘소를 관리하는 봉하재단 측은 인분이 묻은 묘소 너럭바위를 물로 씻어낸 뒤 일반인의 참배를 재개했다.

 김경수 봉사재단 사무국장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 대단히 유감스럽다. 경찰의 수사 결과가 나오면 별도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는 봉하마을 사저에서 경호 관계자로부터 보고를 받은 뒤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고 김 사무국장은 전했다.

 경찰은 인분을 뿌리는 과정에서 배후 인물이 있는지 등을 조사한 뒤 정씨에게 재물손괴죄·사체오욕죄 등을 적용해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김해=황선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