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섹션 ‘j’ 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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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대표적 정신 능력은 기억·상상·이성·성찰과 비판입니다. 기억의 능력이야 동물에게도 미미하게 나타나지만 상상 등 나머지 정신능력은 신이 오로지 인간에게만 준 축복입니다. 이 능력을 가장 잘 개발해 주는 도구는 바로 책입니다. 책을 통해 우리는 다른 사람이 남겨 놓은 생각의 자취를 따라가고, 또 새로운 세계를 상상해 냅니다. 책은 ‘나는 과연 누구인가’ ‘나는 왜 여기 와 있나’ ‘다른 사람과 나는 어떤 사이여야 하는가’에 대한 성찰도 하게 해줍니다.

 #그 책의 위기인 시대입니다. 아니 모든 ‘읽음(reading)’의 위기인 세상입니다. 성장과 개발의 시대엔 바빠서였다고들 했죠. ‘책이나 읽는 골방 샌님’이란 말도 나왔지요. 요즘은 인터넷과 골프, 술, 회식, 드라마, 게임 때문일까요. 아마도 책을 통해 얻는 ‘인문(人文)’의 중요성을 서로 존중하지 않는 허약한 지적·문화적 풍토 때문일 겁니다. 이번 주 프런트 페이지는 대한민국 리더 24명의 책 이야기입니다.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가족의, 직장의, 사회의 리더가 되려면 읽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리더뿐만이 아니겠죠. 책을 읽어 신이 주신 소중한 정신 능력을 키워나가지 않는다면 그건 바로 ‘위기의 사람’이기도 할 것입니다. 초겨울. 쉽고, 재미있을 것 같은 책부터 한 권 잡으라는 전문가들의 책읽기 조언도 담아봤습니다.

 #마감 직전 LA발 기사 하나를 급히 넣었습니다. 바위에 팔이 끼여 127시간 조난당했다 스스로 팔을 자르고 걸어서 돌아온 애런 랄스턴의 인터뷰 기사(6면)입니다. 127시간 동안의 극한 고통 속에서 그를 지탱해준 건 바로 사랑하는 가족·친구들을 다시 만나는 환각(幻覺)이었다고 합니다. 역시 사람입니다.

최훈 중앙일보 j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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