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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의 들보’는 못 보는 정치권·검찰 충돌 … 이래서 박수 못 받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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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남의 눈의 티끌은 보고, 내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한다.” 자신의 잘못을 외면하거나 알아채지 못하고, 남의 탓만 하는 경우를 말한다. 근래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수사, 대포폰 수사 등을 두고 정치권과 검찰이 충돌하는 모양새가 꼭 이렇다. 정치권은 소액 후원까지 문제 삼는 건 지나치다고 반발한다. 야당은 수사에도 불응하고 있다. 그러나 많든 적든 단체로부터 돈을 받는 것 자체가 불법이란 사실엔 눈을 감고 있다. 검찰은 국회 회기 중 의원 11명에 대해 압수수색할 정도로 호기롭다. 하지만 그런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이랄 수 있는 청와대 인사들이 연루된 대포폰 수사에선 소심하기 이를 데 없다.

법인·단체 돈 못 받게 스스로 법 만들고선 …

1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가운데)와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한나라당 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 [뉴시스]

“성역 없이 수사하라”더니 자신이 대상 되자 반발

“정치 탄압이다.”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사건을 두고 여의도에서 가장 빈번하게 하는 주장이다. 여야 모두 “10만원짜리 소액 후원까지 문제 삼는 건 지나치다”고 말한다. 야당은 한때 예산안 심사까지 거부했다. 일부 의원은 수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밖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은 “청목회 사건이 정기국회 중 의원 11명에 대해 압수수색을 할 정도의 사안인가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정치권 전체가 반발하는 모양새는 정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법(정치자금법)을 만든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의원들 자신이기 때문이다. 대선자금 수사 이후인 2004년 정치권에선 “순수한 개인들의 소액 다수 후원금만으로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오세훈 당시 의원)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결국 여야 합의로 단체와 법인의 돈을 일절 받지 못하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단체와 법인이 개인 명의로 쪼개 기부하는 것도 금지했다. 정치권은 당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었다”고 자랑했었다.

 단국대 가상준(정치외교학) 교수는 “현행법에 저촉되는 건 저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강대 이현우(정치외교학) 교수는 “너무 엄격한 조항이어서 구조적으로 터질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면서도 “입법권을 가진 의원들이 제도 개선을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의원들이 “소액 후원자라 몰랐다”고 해명하는 데 대해서도 비판이 적잖다. 10만원 이하 정치자금 기부자에게 세액공제를 해주는 제도로 인해 의원 후원회가 소액 기부자의 신원까지 파악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설령 의원들이 후원 사실을 뒤늦게 알았더라도 큰소리칠 형편은 아니란 지적도 있다. 의원윤리강령(‘직무와 관련해 부정한 이익을 도모하거나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말라’)과 의원윤리실천규범(‘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는 자로부터 금품 기타 재산상 이득을 취하거나 정치적 목적으로 이를 공여해선 안 된다’)을 어긴 셈이기 때문이다.

 의원들이 수사에 응하는 태도도 논란이다. 정치권은 늘 검찰에 “성역 없는 수사를 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들이 수사 대상이 되자 반발하고 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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