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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무기 수출회사 ‘청송연합’ 은 김정은 비자금 창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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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천안함 도발 사건에 쓰인 북한 어뢰(CHT-02D)를 해외에 수출해온 청송연합의 배후는 김영철 정찰총국장이며, 이 회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후계자 김정은 통치자금 조달의 총본산으로 파악됐다. 달러 벌이 이권이 걸린 이 업체를 차지하기 위해 김영철이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과 권력 다툼을 벌인 사실도 드러났다.

 28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청송연합(Green Pine Associated Corporation)은 중국과 이탈리아·오스트리아·이란·말레이시아 등 해외에 지사를 두고 국제사회의 감시망을 피해 불법 무기 거래를 하고 있다. 당국은 북한이 해외 무기 거래로 연간 1억~5억 달러를 챙기고 지난해의 경우 1억5000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한다. 이 가운데 50%가량이 청송연합을 거쳐 이뤄진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청송연합을 관장하면서 김정은 후계자금도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스위스 비자금 관리책인 이철 제네바 대사를 지난 3월 평양으로 불러들였으며 이를 두고 후계자 김정은으로의 통치자금 이양에 공을 들이려는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김영철은 지난해 2월 북한의 대남 공작기구 개편 시 인민무력부 산하 정찰총국장을 맡았다. 김 총국장은 당시 군부 원로이자 실세인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에게 대들다시피 해 청송연합을 차지했다고 한다. 지난달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김영철이 후계자 김정은이 부위원장을 맡은 당 중앙군사위 위원으로 발탁된 것도 오극렬과의 힘겨루기에서 이겼기 때문으로 당국은 평가하고 있다. 조선국제상회 등 군 외화 벌이 업체를 거느려온 오극렬은 청송연합을 빼앗긴 데 이어 김정일의 매제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주도로 지난 1월 설립된 조선대풍국제그룹과의 외화 벌이 경쟁에서도 져 권력 기반이 타격을 입은 것으로 파악된다. 오극렬은 당 대표자회에서 124명의 당 중앙위원에만 이름을 올렸을 뿐 고위직을 얻지 못해 핵심에서 밀린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후계자로 등극한 김정은의 자금줄로 자리 잡으며 힘이 쏠린 청송연합이 각종 비리의 온상이란 첩보도 있다. 노동당과 군부의 고위 간부 자녀들이 주축인 평양 본사 직원들은 호화판 생활을 하는 등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빼돌린 비자금으로 북한 내 고급 외화식당과 사우나·비밀 룸살롱 등에 드나든다고 한다. 또 해외 출장 때는 명품시계와 최고급 양주·양복을 사들여 외국 거래회사 관계자들을 놀라게 한다는 것이다.

 해외 주재원의 호화생활도 포착되고 있다. 청송연합 베이징 대표 최광혁(37)의 경우 S350 벤츠 승용차에 골프장 VIP 회원권을 구입해 거의 매일 골프를 즐기는 것으로 파악됐다. 베이징 중심가 윈틀(Wintle)센터의 최고급 주택에 살며 한국인 부호로 행세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본사와 해외지사에서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있지만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평양의 권력 실세들에게 수시로 무기 거래 커미션 등 뇌물을 챙겨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영종 기자

◆청송연합=1990년대 중반 대남 침투용 함정과 김일성·김정일 부자 전용의 호화 요트 제작과 해외 수출을 위해 노동당 작전부 산하 비밀기관으로 출범했다. 공작자금 조달을 위해 해외지사를 통해 무기 수출을 본격화하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지난해 2월 노동당 작전부를 흡수·개편한 정찰총국 소속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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