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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G20 정상회의] 대한민국 선진화는 이렇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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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G20 정상회의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더 큰 대한민국으로 가기 위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런 고민을 담은 대중강연이 지난 한 달 동안 광화문 광장 해치마당에서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가 주최하고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와 농협이 후원한 ‘서울 G20 정상회의 기념강연-대한민국 선진화, 길을 묻다’ 연사들의 말을 모아봤다.

공동체 배려하는 품격 있는 사회를

▶박세일 (서울대 교수·전 국회의원)

경제적으론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정도 돼야 하고, 정치적으로는 좀 더 안정돼야 하며 자유민주주의가 만개해야 합니다. 사회적으로는 보다 품격 있는 사회, 즉 공동체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합니다. 문화적으로는 다양한 문화를 아우를 수 있는 공존의식이 있고, 나아가 이것을 새로운 문화의 표준으로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세종대왕의 소통 리더십 본받아야

▶주철환 (방송인·중앙일보 방송제작본부장)

세종대왕이 훌륭한 이유는 소통의 리더십, 창조의 리더십을 언행일치를 통해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세종대왕의 리더십은 ‘부자유친’이라 할 수 있는데, 이렇게 정의하고 싶습니다. ‘부’ 부드럽다. ‘자’ 자상하다. ‘유’ 유연하다. ‘친’ 친절하다. 세종대왕은 ‘부자유친’ 리더십을 통해 천하의 인재들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세종대왕은 늘 겸손했고 자기 자신을 낮추었습니다.

기득권층이 솔선수범을

▶윤평중 (한신대 교수)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칙사회에서 규칙사회’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도덕윤리를 이해하기 전에 법질서가 토대를 이루어야 합니다. 탈세, 병역기피, 부동산 재산증식 등 사회 기득권자들이 불법을 자행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다수의 시민은 그럴 능력도 없고, 배포도 없고, 기회도 없어서 법과 질서를 지키면서 소박하고 정직하게 살아오고 있습니다.

내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자

▶금난새 (지휘자)

어머니가 좋은 친구를 사귀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내가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했습니다. 돈키호테로 태어났다면 때로는 햄릿 이 필요하고, 햄릿으로 태어났다면 돈키호테가 필요합니다. … 우리가 꿈꾸는 사회는 어떤 곳일까요. 표가 없는 아이의 손을 잡고 관람만 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포용해 주고, 당당하게 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회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나눔, 국력의 큰 부분

▶션 (가수)

국력이란 무엇일까요. 경제, 정치도 물론 중요하지만 저는 나눔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많은 분이 나눔은 여유가 있을 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큰 나눔만 보고, 나의 작은 나눔이 무슨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에 실천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너무 늦습니다. … 우리는 더불어 사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나눔은 받는 사람만 행복한 게 아닙니다. 주는 사람이 더 행복합니다.

정부는 작아지고, 시장은 커질 듯

▶김광웅(서울대 명예교수)

미국의 한 학술지는 30년 후에 정부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예측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우리나라 정부는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작은 정부, 큰 시장, 더 큰 국민으로 변화하지 않을까 합니다. 세상은 변합니다. 생각도 변합니다. 정부가 그것을 준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정부 스스로 바뀌어야 합니다. 정부는 지금부터 어떻게 변해야 바람직한지 모색해야 합니다.

욕망만 좇아가면 선진국은 불가능

▶박범신(작가·명지대 교수)

바야흐로 세계는 세속적인 욕망을 가지고 자본주의 세계에서 1등이 되기 위해 평생을 달려가고자 하는 마음과, 자본이 가진 편의성을 희생하더라도 보다 더 큰 가치에서 평화를 얻고자 하는 마음의 전쟁이 일어날 겁니다. 우리 가슴속에서 벌어지는 전쟁이죠. 이것이 선진국이 되느냐 마느냐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입니다. 세속적 욕망만을 쫓아간다면 선진국은 불가능합니다.

나만 아는 사람들, 이젠 남 도와야

▶이상묵(서울대 교수)

우리는 한 세대 만에 놀라운 발전을 기록했지만 의식은 제자리걸음 수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녹색성장, 스마트코리아 정책이 단순히 온실가스를 줄이는 차원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녹색의 이면에는 ‘따뜻함’ ‘가족 외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정신적인 가치 창출’ ‘시민의식’이 저변에 깔려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나라는 G20 이후에도 변화하고 성장할 것입니다.

배고픈 아이, 가난한 나라 돌볼 수 있어야

▶한비야(국제기관단체인)

한 꼬마가 이런 말을 합니다. 자기는 커서 반장이 될 거라고요. 그런데 뒤에 하는 말이 “반장 되면 유엔 사무총장 되는 데 유리한 거 맞죠?” 였습니다. 이런 건 누가 가르치는 걸까요. 배고픈 아이, 가난한 나라를 돌볼 수 있는 의식이 필요합니다. 군사력, 경제력만으로 세계시민이 되는 게 아닙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하드웨어를 키워왔습니다. 이제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키울 때입니다.

국민이 운명에 맞서야 나라 산다

▶공병호(경영전문가)

나라가 잘 살려면 공짜를 좋아하면 안 됩니다. 모든 자본주의 원칙은 수익자 부담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모든 사람이 거친 운명에 맞서서 운명을 개척해 나가야 합니다.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쌓아야 합니다.…일본은 재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한 사회의 시대정신이 몰락하면 나라도 몰락합니다. 일본의 학부모 대부분이 자녀가 공무원이 되길 바란다고 합니다. 이러면 안 됩니다. 

‘왜?’라고 할 수 있는 젊은이 키우자

▶박경철(의사·경제전문가)

새로운 시대는 ‘왜?’라는 질문을 할 수 있는 창의성을 가진 사람만이 주도할 수 있습니다. 손에 잡히지 않는 무형의 개념, 아이디어가 중요한 시대입니다.…“이렇게 해” 라고 했을 때 “네” 하면, 쓰다듬어 주지 말고 “왜요?” 라고 묻도록 교육해야 합니다. 젊은이들이 진취적으로 도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그들의 패기가 무형의 자산과 에너지가 될 것이라고 믿어줘야 합니다.

좋아하는 일 찾게 해주는 것이 진짜 교육

▶김용택(시인)

학교에서는 점수 많이 받는 것을 가르칩니다. 일류대학을 가길 바라죠. 하지만 우리는 다 일류대학을 갈 수 없습니다. 우리가 살아왔던 세상, 살고 있는 세상을 가르치면서 그 속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찾게 해주는 일이 교육입니다.…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데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겠습니까. 문제가 큽니다.

이민자와 함께 대한민국 ‘진주’로 만들자

▶이자스민(물방울나눔회 사무국장)

굴에 이물질을 넣으면 진주가 나옵니다. 외국인들(foreigner) 역시 굴 속의 이물질(foreign substance)이라 생각해 주세요. 굴은 이물질이 들어오는 바람에 자기가 알고 지냈던 환경을 바꾸어야 하니까 힘이 들죠. 그러나 그 아픔을 겪어내면 진주가 탄생됩니다. 대한민국이 아름다운 진주가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민자를 이해하 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관용·포용 정신’ 로마인 유전자 본받아야

▶이석연(변호사·전 법제처장)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로마가 2000년 이상 대제국으로 존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패배자도 동화시킨다는 관용의 정신, 포용의 정신에 있었다.” 로마는 법치로 모든 식민지를 포용했습니다. 심지어 식민지 출신이 황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한국사회의 통합에 있어, 이런 로마인 유전자가 필요합니다. 나와 다른 사람도 같이 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선진국 꿈, 이번 G20서 이뤘다

▶이원복(덕성여대 교수)

저는 『먼 나라 이웃 나라』를 쓰면서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길 꿈꾸었습니다. 그 꿈이 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 실현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우리는 세계 변방국가에서 세계 중심국가가 되는 것을 꿈꾸었고, 이제 이루었습니다. 오케스트라로 치면 저 끝에서 탬버린만 치다가 지휘자가 된 것입니다. 모든 것의 중심이 됐습니다. 우리나라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나라입니다.

여성의 사회 진출 잘 되려면

▶나경원(국회의원)

여성의 사회 진출이 왜 잘 안 될까요. 첫째, 조직 분위기가 남성 중심입니다. 국회에 목욕탕이 있는데, 여기서 남성 의원들끼리 주고받는 고급 정보가 많지만 저는 소외될 수밖에 없지요. 둘째, 비전입니다. 여성들에게 앞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있겠느냐고 물어봤더니, 43%가 못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셋째, 이 시대의 담론입니다. 아이는 어머니가 키우고, 아버지는 도와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소통 위해 나를 비워야 합니다

▶최재천(이화여대 교수)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비워야 합니다. 소통의 장에 나가기 전에 나를 비워야 합니다. 완벽하게 비울 수는 없겠지만 조금은 비우셨으면 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만 하지 말고, 상대방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좋은 의견이 있다면 비운 곳에 채우십시오. 가수 조성모의 노랫말 중 이런 것이 있지요.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우리 속에 우리가 너무 많습니다. 조금씩 비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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