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C(동양방송) 시간여행] 22회 '양담배 단속'

중앙일보

입력

지금은 양담배를 피우는 일이 전혀 이상하지 않지만 한때는 전담반이 나서 양담배를 피우거나 파는 사람들을 단속했습니다. 양담배는 ‘나라와 국민정신을 좀먹는 해악’으로 인식되기도 했지요. 박정희 대통령이 “양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한국인이 아니다”라고 까지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동양방송의 옛 영상으로 보는 TBC시간여행, 오늘은 양담배가 수난을 당하던 시절로 가보겠습니다.

본격적으로 양담배가 우리나라에 자리 잡은 것은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인데요. 정식으로 수입된 것이 아니라, 미군부대의 PX에서 나온 물건이거나 유효기간이 지난 밀수 담배, 혹은 파월 병사들이나 해외 여행객이 몰래 가지고 들어온 것들이었습니다.

양담배의 화려한 디자인과 고급재질로 만들어진 담배갑은 자신을 과시하는 수단으로도 쓰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중산층 이상의 흡연자들은 누구나 양담배를 피고 싶어 했다고하네요.

하지만 양담배를 선호하는 풍조가 꼭 자기과시욕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국산 담배는 권련지에 풀칠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거나, 한쪽만 타들어가는 등 불량담배가 많았는데요. 또 공급물량도 부족해서 양담배의 불법 판매는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부는 매년 수시로 양담배 일제단속기간을 정해 단속하고, 그 결과를 발표해 명단을 신문에 싣게까지 했는데요. 단속된 사람들 중에는 고위 공무원과 현역장성, 국회의원 등 사회 고위층 인사도 많았습니다. 단속된 이들은 비싼 과태료는 물론, 신원 공개로 인해 다니던 회사에서 해직되거나 징계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제 양담배는 더 이상 단속의 대상이 아니지만 흡연 자체가 단속대상이 되고 있죠. 내년 3월 1일부터 버스정류소나 공원 어린이 보호구역 등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곳에서 흡연할 경우 과태료 10만원을 물게 됩니다.

건강에도 안 좋고, 집에서건 밖에서건 피려면 눈치도 보이고, 자칫 실수라도 하면 만만찮은 과태료를 내야하는 담배. 이참에 끊어버리는 건 어떨까요?
TBC시간여행 이었습니다.

글=김태성 기자, 영상=최영기 PD, 차주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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