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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방공포부대까지 이전시켜 30층 개발 ‘고공 로비’ 있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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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동의 공양왕산. 높이 86m로 야산이라기보다는 언덕에 가깝다. 정상은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다. ‘출입통제’라는 표지판도 걸려 있다. 그러나 철조망 안 2층 건물은 텅 비어 있다.

이곳에는 2006년 하반기까지 육군의 모 방공여단 예하 방공포 부대가 주둔했다. 이 방공포 부대는 근처 사단의 주요 군사시설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옛 부대 주둔지 맞은 편으로 700~800m 떨어져 30층짜리 아파트들이 즐비한 식사지구가 들어섰다.

인근 주민 방모(74)씨는 “근처 다른 군 부대가 아직도 있는데도 방공포 부대만 어느날 갑자기 사라졌다. 그래서 주민들이 ‘군 부대 옮기는 게 간단한 일은 아닐 텐데 왜 옮겨졌을까’ 하고 궁금해한다”고 말했다.

 고양시 식사지구의 개발비리와 관련해 ‘방공포 부대 이전’ 로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부대 이전 문제가 식사지구 사업의 경제성을 좌우했기 때문이다. 군부대를 옮기기 위해 치열한 로비가 벌어졌을 것으로 의심받는 이유다.

 식사지구 도시개발 사업은 당초 개발전망이 좋지 않은 편이었다. 사업부지 인근에 군부대가 있어 고도제한 규정에 걸리기 때문이었다. 특히 방공포 부대에 대한 고도제한 규정은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전해졌다. 고층건물을 지을 수 없어 당연히 수익성은 떨어졌다.

 식사지구 시행사 측은 2005년 8월 경기도로부터 개발계획을 승인받은 뒤 이듬해 변경안을 냈다. 시행사 관계자는 “당시 대체지를 구해 방공포 부대를 옮기는 내용이 포함된 변경안을 만들어 다시 냈다”고 말했다. 변경안은 2006년 5월 승인을 받아 20층 이상 건물이 가능하게 됐다. 방공포 부대는 그해 하반기 다른 지역으로 옮겨졌다. 식사지구는 현재 30층 규모의 아파트와 주상복합건물들이 지어졌다.

 이에 대해 육군은 “적절한 절차를 거쳐 방공포 부대가 옮겨진 것”이라는 입장이다. 육군 관계자는 “고양시청과 충분히 협의를 한 끝에 대체지를 마련해주는 조건으로 부대를 이전한 것”이라며 “작전적 요소를 검토한 결과 이전해도 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부동산 업계에선 부지개발 사업에서 가장 어려운 로비로 군부대 이전을 꼽는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군과 지방자치단체 모두를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정치권 유력 인사가 아니면 힘들다”고 말했다.

식사지구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도 군부대 이전 과정과 절차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다.

 검찰은 4일 도시개발 사업과 관련해 거액을 챙긴 혐의로 식사지구 도시개발사업조합장 최모(70)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시행사 측으로부터 3억여원을 받은 혐의다. 검찰은 최씨가 시행사들과 함께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인허가 로비를 벌인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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