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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테러 … 창이냐 방패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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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달 29일 발견된 2개의 미국행 소포폭탄은 폭발물 테러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지난해 말 미국에서 발생한 크리스마스 여객기 테러 기도 이후 여객기에 대한 검색이 강화되자 테러리스트들이 보안 강도가 낮은 화물 운송으로 선회한 것이다. CNN은 “이슬람 무장조직이 화물 운송 테러라는 새로운 분야로 눈을 돌렸다”고 지적했다.

 테러에 대한 전 세계의 경계 수위가 높아지면서 폭발물의 운반 수법도 진화를 거듭해 왔다. 2008년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선 탑승을 기다리던 동물 상자 안에서 죽은 개 두 마리의 뱃속에 폭탄이 가득 차 있었다고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8월 사우디아라비아 내무장관인 무함마드 빈 나예프 왕자는 정부 진영으로 전향한 과격분자를 접견하던 자리에서 자폭 테러로 목숨을 잃을 뻔했다. 이 테러리스트는 폭발물을 항문 속에 집어넣은 채 검문을 통과했다.

 창과 방패의 대결처럼 각국의 대응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과거 화장품을 위장한 액체 폭탄이나 구두 뒷굽에 숨긴 흉기가 적발되자 액체류의 항공기 객실 반입이 금지되고 신발 검사가 검색에 추가됐다. 미국 크리스마스 테러 기도 땐 범인이 팬티 속에 폭발물을 숨겨 테러를 시도하자 전신투시기가 전면적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이번 미국행 화물기에 실린 펜타에리트리톨 테트라니트레이트(PETN)는 삼키는 등의 방법으로 몸 속에 숨기면 전신투시기로도 탐지가 불가능하다. 후각이 예민한 탐지견으로 검색이 가능하지만 승객이 불쾌감을 느껴 대안 기술이 개발돼 왔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연구팀은 2004년 후각이 뛰어난 박각시 나방을 훈련시켜 플라스틱 폭탄을 탐지하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팀은 2007년 화약 성분 근처에서 푸른색을 발광하는 분자를 만들어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연구팀은 나노기술에 기반해 탐지견보다 더 민감한 폭발물 탐지기를 개발했다고 3일 AFP가 보도했다. 1~2년 내 상용화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2일 그리스 등 유럽의 동시다발 소포폭탄 테러는 테러 기술의 보편화가 대응 기술의 진보를 뛰어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스의 테러 전문가 메리 보시스는 “소포폭탄은 사람을 죽일 만큼 강력하지 않지만 전 세계에 메시지를 던지기에는 충분하다”며 과거 스파이들의 전문기술이던 소포폭탄이 유럽 무정부주의자들의 상용 수법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리스에선 3월 쓰레기통을 뒤지던 모자가 폭탄을 건드려 사망했고 6월엔 미칼리스 크리소호이디스 시민보호부 장관에게 발송된 소포폭탄이 터져 보좌관이 숨지는 등 테러가 일상화되고 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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