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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법 무시한 의원 부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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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오늘은 자유당 정권의 부정선거에 항거해 마산을 '정의의 도시'로 만들었던 3.15 의거 45주년 아닙니까. 당당하지 못한 두 사람이 이 고장 출신이라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한나라당 김정부(63.마산갑)의원의 부인 정모(61)씨가 이달 초 헌법소원을 냈다는 소식이 15일 알려지자 마산의 '열린사회 희망연대'김영만 상임대표는 어이없다는 반응이었다.

정씨는 '배우자가 선거법 위반으로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후보자의 당선이 무효된다'는 선거법(제265조)이 연좌제를 금지한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의원도 지난 1월 같은 내용의 헌법소원을 내 심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김 의원 부부의 처신은 당당함과는 거리가 멀다.

정씨는 지난해 17대 총선 과정에서 운동원에게 2억여원의 금품을 살포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청구되자 11개월째 도피 중이다. 결국 정씨는 불구속 기소됐으나 재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재판은 시작과 동시에 중단됐고 기다리다 못한 창원지법은 25일 궐석재판을 열기로 했다. 김 의원 측은 "정씨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씨는 필요할 때마다 변호사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선거법 제265조가 연좌제에 해당한다며 창원지법에 위헌법률 심판제청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재판의 전제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했다.

지역 여론도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이 남편 때문에 고생한다"며 동정적이던 것이 이제는 비판적으로 돌아섰다. 김 의원 측은 "후보자의 소명 절차가 없고, 법 조항에 위헌 소지가 있어 문제를 제기했을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 그러나 권리만 주장할 뿐 법을 지키지 않는 정씨의 행동은 법을 한참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억울한 점이 있다면 법정에서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부인의 도피를 모르쇠로 일관하는 김 의원의 태도도 법의 권위를 무시하는 것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김종문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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