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두 사람의 분위기와 제가 썩 잘 어울리긴 하죠. 하지만 일과는 전혀 무관하게 시작했습니다. 사실, 제가 어릴 적부터 피아노를 꼭 연주해보고 싶었거든요."
초등학교 입학 무렵, 어머니는 피아노 배울 것을 권했지만 개구쟁이 서경석 왈 '피아노는 치마 입은 여자들이나 치는 것'이라며 같은 시간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공만 열심히 찼단다. 그로부터 6년 후,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아버지 사업 실패로 갑자기 집안 형편이 기울기 시작했다.
"그렇게 집에서 하라고 할 때는 싫던 피아노였는데 막상 배울 형편이 안 되자 친구들이 피아노 학원 가방 들고 다니는 것 보니까 어찌나 부럽던지. 그래서 나중에 무슨 일이 있어도 꼭 피아노를 배우겠다고 결심했죠. 그래서 언젠가는 아내를 위해 피아노도 쳐주고, 딸아이와 함께 연주도 하고싶어요."
로맨티스트 개그맨 서경석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이미 그의 가수시절 확인된 사실. 10년 전 주위의 권유로 이윤석과 '허와 실'이란 듀엣앨범을 발표한 그는 당시 2만여 장의 판매고를 올린 진짜 가수다. 그런데 한창 타이틀곡이 물올랐을 즈음 자연스럽게 후속곡으로 활동하려는 찰라, 매니저가 교통사고를 당해 덕분에 활동도 전혀 못하고, 음반판매 인세는 고스란히 사고처리 비용으로 대신했다.
"많이 아쉽죠. 저보다도 저희 아버지가 정말 섭섭해 하셨어요. 사실, 저희 아버지 꿈이 가수였거든요."
덕분에 아버지께 물려받은 경석의 음악적 재능은 요즘 피아노 건반 위에서 그 빛을 발하고 있다. 이제 갓 양손치기를 시작했지만 선생님의 증언에 의하면 또래의 다른 학생보다 학습능력이 무려 다섯배나 빠르다고. 늦었다고 생각하는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떠오르는 그의 느즈막한 피아노 입문기. 조만간 유쾌한 피아니스트 서경석의 현란한 연주를 기대해보자.
이현주 <방송작가>방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