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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여 당권 주자 구태 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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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열린우리당 전남도당 대회가 열린 13일 오후 목포 실내체육관.

추운 날씨지만 1000여 명의 당원이 체육관을 메웠다. 각 후보의 이름이 적힌 피켓과 막대풍선이 관중석에서 너울거렸다. 친구.가족이 함께 나온 사람도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각자의 지지 후보가 나오면 체육관이 떠나갈 듯 이름을 연호하고, 다른 후보에게도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 흥겨운 모습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날 행사에 초대된 당권 주자들은 이런 축제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았다.

한명숙 의원은 한나라당을 공격했다. "탄핵 주범인 홍사덕을 쓰러뜨린 한명숙입니다"고 소개하며 연단에 들어선 그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겨냥해 "'유신공주'와 싸워 이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열린우리당 대의원대회에 유신공주가 왜 나오느냐"는 심드렁한 목소리가 당원석에서 들렸다. 그 뒤에 이어진 "국민의 가슴에 감동으로 다가가는 정치를 하겠다"는 그의 마무리 발언은 '감동'을 잃어버렸다.

지역 정서에 매달리려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4년간 목포교도소에서 복역했으니 목포 명예시민 자격이 있지 않느냐"(장영달), "백범 이후 민족을 위해 고뇌한 정치인을 꼽는다면 서슴없이 김대중 대통령을 꼽겠다"(김원웅), "목포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한 연설을 잊을 수가 없다"(문희상)는 식이었다. 이날 가족과 함께 나왔다는 한 당원은 "특정 지역과의 연고를 내세워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행태에 식상하다"고 꼬집었다.

열린우리당은 올해 처음으로 기간당원제를 도입했다. 이날 모인 대의원들은 예전처럼 돈으로 동원된 사람이 아니다. 나름대로 정치의식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러나 정작 당권 주자들은 야당 흠집 내기나 지역 정서에 기대는 등 구태를 벗지 못하는 듯하다. 당권에 도전하는 정치인이라면 당원들 수준은 따라가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전진배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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