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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리뷰] 여형사 김선아, 수상쩍은 등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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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영화는 기대감으로 배를 채우는 산업이다. 일단 들어보고 맘에 들어야 돈을 내는 음반과 달리 관객들은 기대치만으로 극장표를 산다. 그 기대치라는 게 배우에 대한 호감일 수도, 감독에 대한 믿음일 수도 있다. 장르에 대한 선호도도 '표심'을 움직인다.

그런 면에서 관심이 가는 영화가 학원물과 조폭 코미디를 적절히 섞어놓은 또 한편의 백화점식 코미디 '잠복근무'(감독 박광춘, 17일 개봉)다. 장르의 흡인력, 그리고 김선아(사진)의 스타파워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의 품질 못지 않게 상업적 성공 여부가 궁금하다.

경찰과 조폭에 교복을 입힌 '잠복근무'는 소재 자체가 폭력과 학교인데다 웃음.액션.감동을 한데 버무렸다는 점에서 일명 '한국식 코미디'로 부를 만하다. '두사부일체'(2001년), '품행제로'(2002년) 등에 이어 이 영화가 성공한다면 다양한 변주를 거치며 숱하게 재생산된 '한국식 웃음'의 수명이 연장될 게 분명하다. 또 '여배우는 (흥행에) 약하다'는 충무로의 편견을 씻어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잠복근무'의 흥행 여부는 주목된다.

비슷한 종류의 영화가 대개 그렇듯 '잠복근무'에서도 사실 줄거리는 중요하지 않다. 영화의 재미는 전적으로 강약 리듬을 맞추며 끝없이 이어지는 코믹한 상황, 그리고 이를 100% 가깝게 소화한 김선아의 매력에 있다. 여기에 위급한 상황에서도 "나 멋지지 않니"라며 폼을 잡는 조폭 보스로 나오는 오광록 등 조연들의 맛깔스런 호연이 겹쳐 모처럼 시간이 쑥쑥 흘러가는 코미디가 나온 것 같다.

제목 그대로 '잠복근무'의 뼈대는 여형사 천재인(김선아)이 여고생 딸을 둔 폭력조직의 2인자를 찾아내기 위해 고등학교에 학생으로 위장해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이다. 학창시절 문제아 '쌈짱'이었으나 형사반장 삼촌(노주현)의 영향 덕에 '합법적인 주먹'을 휘두르는 형사로 거듭난 재인이 학교로 돌아가 겪을 일을 상상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전학왔다며 군기 잡으려는 학교 일진과 '맞짱'을 뜨고, 경찰을 꿈꿨던 순진한 담임 선생님에게 귀까지 잡히며 야단맞는 일 말이다.

게다가 예전 학교에서 전교 1등을 했다고 성적을 위조한 까닭에 만년 꼴찌였던 재인이 겪는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장면 장면 밉지 않은 귀여운 표정, 온몸을 던지는 액션 연기, 그리고 마지막 덤으로 선물하는 키스까지-. '몽정기''S다이어리'의 코믹 스타 김선아는 이제 액션까지 겸하며 여배우로선 드문 '원톱 연기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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