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일본 영토 왜 왔나 … 감정 상했다” 러 “러시아 땅 갔을 뿐 … 냉정 찾아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1일 일본과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의 구나시리 섬을 방문해 사진을 찍고 있다. [구나시리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1일 일본과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를 전격 방문했다. 소련시대를 포함, 러시아의 최고 지도자가 쿠릴열도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쿠릴열도 방문으로 일본은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둘러싼 중국과의 영토분쟁과 더불어 러시아와도 영유권을 둘러싼 긴장관계가 고조될 전망이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동남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참석 후 귀국 길에 분쟁 중인 쿠릴열도 4개 섬 중 하나인 구나시리(國後)를 방문했다. 그는 섬에 있는 지열(地熱) 발전소와 공항 등을 둘러본 뒤 “섬의 생활 여건을 러시아 중심부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며 이곳에 반드시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고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이 전했다. 그는 섬을 둘러보면서 일본과 관련된 언급은 일절 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1일 국회에서 “(북방영토가) 우리의 고유 영토 에 (러시아) 대통령이 왔다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외상은 이날 낮 미하일 벨리 주일 러시아 대사를 초치, “이번 방문은 일본 국민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것”이라고 항의했다. 그러나 벨리 대사는 면담 후 “이번 방문은 러시아 내 일정이다. 일본 측의 냉정한 대처를 촉구한다”고 반박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쿠릴열도 방문에 대한 일본 측의 반응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고 인테르팍스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이날 자국 기자들에게 “쿠릴열도는 러시아 영토이며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의 땅을 방문한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일 정부는 지난 9월 말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쿠릴열도를 가까운 시일 내 반드시 방문하겠다”고 하자 외교 경로를 통해 방문 보류를 요구한 바 있다. 그럼에도 러시아 측이 방문을 감행하자 일 정부는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