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추억] 이훈동 조선내화·전남일보 명예회장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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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이훈동(사진) 조선내화와 전남일보 명예회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10시 노환으로 별세했다. 93세.

 조선내화 창업주인 고인은 일제 강점기에 내화물(높은 온도에도 견디는 물질) 원료인 납석을 캐는 광산의 직원을 시작으로 평생 한 우물만 판 국내 내화물 업계의 산 증인이다. 광복 뒤인 1947년 창립된 조선내화화학공업의 상무로 경영에 참여했다가 37세 때인 53년 조선내화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조선내화는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특수성 때문에 6·25전쟁 당시 완전히 파괴됐다. 당시 광산 2곳을 운영하던 고인은 광산에서 번 돈을 회사 재건에 쏟아 부었다. 조선내화는 광산에서 나오는 양질의 원료를 적기에 공급받아 도약의 기틀을 다졌다.

 고인은 74년과 78년 조선내화 포항 1공장, 2공장을 각각 준공한 뒤 86년엔 광양공장을 세웠다. 한·중 수교와 함께 중국에 합작공장을 설립해 현재는 국내외 19개 공장을 거느린 글로벌 내화물 전문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77년 회갑을 맞아 사재를 털어 성옥문화재단을 만들었다. 기업이윤의 사회환원과 지역 인재 양성을 위해서다. 그 뒤 학생 4000여 명에게 35억 원의 장학금을 지급해왔다. 88년엔 차남인 고 이정일 회장과 함께 전남일보를 창간했다. 고인은 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은탑산업훈장과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2008년엔 인촌상(제22회) 특별상을 수상했다.

 유족은 이화일 조선내화 회장 등 6남4녀가 있다. 빈소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 2층 20호. 발인 2일 오전 5시. 02-3010-2631.

유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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