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항운노조도 채용장사한다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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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부산항운노조의 전 간부와 조합원 등 5명이 양심선언을 통해 노조간부들에게 취직.승진 때 금품을 줬다고 폭로했다. 노조 간부들이 월 평균 50~100명의 조합 가입자로부터 조직비 명목으로 한 사람당 500만~2000만원을 받았고, 승진.전보 때도 거액이 오간다는 내용이다.

노조 측은 "일부 현장 반장이 취업 대가로 금품을 받았던 개인 비리는 있었지만 노조의 조직적.구조적인 채용 비리는 없다"고 부인하고 나섰다. 또 지난해 7월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됐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전직 노조 간부가 자신이 받아 상납한 금액까지 밝혔을 뿐 아니라 다른 폭로 내용들도 구체적이어서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현지에선 오래전부터 노조가 '취직 장사'를 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검찰이 무혐의 처분했으니 어느 정도 의지를 갖고 수사에 임했는지 의문이다.

부산항운노조는 부두와 컨테이너 야적장 등에 29개 연락소를 두고 조합원만 9000여 명에 이르는 대규모 노조다. 특히 조합원이라야만 부두 노무자로 일할 수 있는 '클로즈드 숍'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때문에 조합원이 된다는 것은 곧 취업을 뜻한다. 그러니 노조가 막강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부패나 비리를 저지를 위험성도 큰 셈이다. 항운노조 측은 채용 과정에서의 비리를 막기 위해 지난해 2월 부산항만물류협회와 노사조정위원회를 구성해 노사 합의로 노무 공급을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항운노조 연락원 등이 인력을 추천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채용의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겠는가.

노조의 형태가 어떤 것이든 노동조합은 노동자를 위해 존재한다. 노조가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해 주기는커녕 취직 장사, 승진 장사를 한다면 노조 간부들의 치부를 위한 도구일 뿐이다. 마침 검찰이 재수사에 나섰다고 하니 이번엔 의혹들을 철저히 규명하라. 항운노조도 차제에 노조의 형태까지를 포함한 자정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