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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퇴직자 활용해 중소기업 인력난 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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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최근 경기가 완만히 회복되면서 고용시장도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청년층 고용률은 제자리 걸음이다.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이 구직활동을 아예 포기해 버리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한다.

 청년실업 문제와 함께 심각하게 다뤄지고 있는 또 다른 사회 이슈가 바로 고령자 고용이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다른 국가에 비해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데다 퇴직자 지원 및 재교육 등의 사회보장제도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한번 직장을 잃으면 재취업하기 힘든 경직된 노동시장은 노동력 활용도를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는 국가의 성장성을 저해하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저출산으로 경제활동인구 유입이 줄고 있는 상황이다. 선진국에서는 40~50대에 직장에서 나오더라도 재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금세 재취업이 가능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에서 임원까지 지냈어도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실정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청·장년층의 실업률은 낮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은 여전히 인력난에 허덕인다는 점이다. 청년층은 대기업이나 안정된 직장을 주로 선호하고, 중·장년층은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일할 수 있는 직장을 알아볼 수 있는 경로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실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퇴직자들을 활용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이미 숙련된 인력들을 채용하면 그동안 축적해 온 경험과 노하우 덕분에 재교육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조직에 적응하는 시간도 적게 든다. 이는 곧바로 생산성 제고와 연결된다. 또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언어·교육 등의 문제로 인한 비용과 시간을 감수하고서라도 해외시장으로까지 눈을 돌렸는데, 그럴 필요가 줄어들게 되니 일석삼조(一石三鳥) 이상의 효과를 보게 되는 것이다.

 어느 한 취업 포털 사이트에서 조사한 결과, 베이비부머의 70% 이상이 창업보다는 재취업을 원한다고 한다. 점점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출산율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이 함께 노력해 지금보다 더 퇴직자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퇴직자 채용을 알릴 수 있는 채널을 확대하고, 업계·직군별로 전문성과 경험 노하우를 두루 갖춘 중·장년 인재 관리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구인 기업과 구직자가 윈윈(win-win)하는 방법을 구체화할 때다.

 이러한 퇴직자 활용 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퇴직자 스스로가 지원하려는 기업의 기존 구성원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려는 자세, 그리고 자신의 직무능력과 노하우를 통해 이 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과 사명을 가지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기업 역시 퇴직자를 채용함으로써 그들의 경험과 업무 지식을 지혜롭게 활용해 기업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할 것이다.

 오늘날의 노인들은 옛날의 노인들이 아니다. 세계 최장수 국가인 일본에는 최근 장수 시대의 실상을 반영해 ‘0.7 곱하기 인생’이라는 나이 계산법이 있다고 한다. 현재의 나이에 0.7을 곱하면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한 인생의 나이가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70세인 사람은 과거의 49세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젊고 건강한 노인들은 점점 많아지는 반면에 새로 태어나는 인구는 급격하게 줄고 있다. 그들이 앞으로 미칠 사회적 영향력은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이며,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지는 매우 중요한 사람들이 될 것이다. 그들의 열정과 노하우가 중소기업에는 제2의 도약을 가져다 주고, 새로운 터전인 중소기업은 그들에게 또 다른 도전의 무대가 되기를 기대한다.

박용석 DMS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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