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년대생이 주도하는 고령화 사회] "386 노인 되면 굉장한 압력단체 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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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세대는 한국 현대사에서 독특한 세대로 꼽힌다. 인구 비중이 다른 세대에 비해 월등히 높고 감수성이 예민한 20대에 격렬한 민주화 운동의 경험을 공유했다. 이전 세대에 비해 진보적 이념성향이 강하고 조직적인 학생운동의 경험을 쌓았다. 386세대가 사회 각 분야로 진출하면서 시민운동이 강력한 힘을 얻게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386과 포스트 386세대는 경제 성장의 혜택을 입은 것과 함께 경쟁의 악몽에 시달려온 것도 사실이다. 졸업정원제로 시작해 이들이 사회에 막 진출했거나 진출할 무렵 외환위기를 맞았다. 이들은 앞으로도 계속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가는 세대가 될 전망이다.

고려대 박길성 교수는 "386세대의 집단의식과 경험은 세월이 흘러도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인구 비중이 커 많은 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사회변화를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러나 386 다음 세대부터는 그런 집단 경험보다 문화를 중시하는 다양한 정체성을 갖고 있어 세월이 흐르면 세대로서의 특성이 흐려질 것"으로 분석했다. 결집력 측면에서 386세대만큼 강한 세대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박 교수는 "386세대들이 노령층에 진입할 때 연금문제나 노후 등에 관심을 쏟는다면 386의 특성과 맞물려 상당한 사회적 요구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은퇴 시기는 빨라지고 노인층은 늘어나면서 이들이 조직화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서울대 송호근(사회학)교수는 "우리나라에도 곧 건강과 연금, 복지에 관심을 갖는 퇴직자협회 같은 것이 만들어질 수 있다"며 "이들은 사회 각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데다 수도 많아 굉장한 압력단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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