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원고에 없던 말 하니 통역 당황 … 몇 초 뒤 웃음 터지자 분위기 풀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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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오후 경주 힐튼호텔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회의에 참석해 환영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러분이 합의를 못 이루면 귀국 비행기를 안 띄울 수 있다”며 ‘공항 폐쇄’ 엄포를 놓았던 지난 22일 경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환영사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뒷얘기를 풀어 놓았다고 청와대 측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오전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 핵심 참모들만 참석한 회의에서 당시 발언을 “주최국으로서의 의지를 보여주고 싶어 한 얘기”라고 소개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당일 원고를 따로 준비하지 않았던 이 대통령은 회의장에 들어서면서 팽팽한 긴장감과 싸늘한 분위기를 읽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뭔가 분위기를 누그러뜨릴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원고에 없던 말을 하니 통역이 당황해 번역에 시간이 좀 걸리더라. 그래서 웃음이 몇 초 뒤에 터졌는데 그렇게 웃고 나니 분위기가 좀 풀어졌다”고 털어놓았다고 한다.

 최중경 청와대 경제수석은 뒤이어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G20 경주회의가 예상보다 좋은 성과를 거뒀고 대통령의 (공항 폐쇄)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에 국운이 있는 것 같다. 더 열심히 해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좋은 결과를 내도록 하자”고 참모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이 대통령과 면담한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한국은 녹색성장을 선도하는 나라이고, 이 대통령은 ‘녹색성장 전략의 아버지(the father of Green Growth Strategy)’”라며 내년 OECD가 주최하는 녹색성장 회의에 참석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홍상표 홍보수석이 밝혔다.

 ◆“한국은 역동적인 나라”=25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가봉 정상회담에서 가봉의 알리 봉고 대통령은 “1970년대 아버지(오마르 봉고 전 대통령)를 따라 방문했을 때 느꼈던 강력하고 역동적인 느낌을 이번 방문에서도 받았다”며 “한국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봉고 대통령은 “내가 국방장관 시절 한국에서 구매한 이동식 병원 차량의 차종이 ‘봉고3’였는데 이번에 내가 다녀가면 ‘봉고4’가 나오지 않겠느냐”며 한국에 친근감을 보이기도 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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