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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고기 회 조심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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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간디스토마(간흡충) 감염으로 인해 국민의 기생충 감염률이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6~12월 전국에서 추출한 2만370명을 대상으로 기생충 감염실태를 조사한 결과 3.7%가 각종 기생충에 감염돼 있었다고 10일 발표했다. 이는 1997년 조사 때(2.4%)보다 1.3%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71년부터 5~7년 주기로 기생충 감염실태를 조사하고 있는데 71년에는 감염률이 84.3%였다. 그 이후 감염률은 계속 줄어 97년에는 2.4%까지 떨어졌다가 이번에 30여 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질병관리본부 오대규 본부장은 "위생상태 등이 좋아지면서 기생충 감염률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민물고기 회를 먹는 사람들이 있어 간디스토마 감염자가 늘었고, 이로 인해 전체 감염률이 약간 올라갔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 대상 가운데 2.4%가 간디스토마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97년 조사 때 간디스토마 감염률은 1.4%였다. 이를 토대로 전 국민 중 간디스토마 감염자 수는 117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고 질병관리본부는 밝혔다.

간디스토마는 이 기생충에 감염된 사람의 대변에서 나온 알이 쇠우렁이 등의 조개류에 옮겼다가 잉어 등의 민물고기 근육으로 침투한다. 이 기생충을 많이 갖고 있는 참붕어.붕어.모래무지 등 민물고기를 회로 먹을 경우 감염된다.

또 민물고기를 조리한 도마나 칼 등으로 다른 음식을 조리할 경우 감염될 수 있다. 인체에 감염되면 길게는 30년 이상 기생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강을 끼고 있는 지역의 간디스토마 감염률이 높았다. 낙동강 주변인 경남의 감염률은 16.3%(간디스토마 감염률은 11.3%)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금강 주변인 대전과 충남이 각각 13.3%(6.9%)와 10.9%(6.8%)로 그 뒤를 이었다. 서울은 감염률이 0.9%(간디스토마는 0.3%), 부산은 3.4%(3%)였다.

질병관리본부 김동수 열대풍토질환과장은 "남부지방에서 췌장암에 걸린 54명 중에서 21명이 간디스토마에 감염돼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면서 "간디스토마가 췌장암이나 간암의 주요 원인이 되기 때문에 민물고기 생식을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회충.구충 등 여덟 가지 기생충 감염 여부를 조사했는데 어패류를 통해 감염되는 기생충인 요코가와흡충 감염률도 97년 0.3%에서 지난해에는 0.5%로 올라갔다. 반면 토양을 통해 감염되는 회충.구충.유무구조충 감염률은 97년 조사 때보다 낮아졌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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