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군산~서울 220㎞ 오늘 25t 트럭 몰아 고객 소통 로드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트럭회사 사람이라면 직접 차를 몰 줄 알아야 할 것 아니냐고 하더군요.” 타타대우상용차 김종식(55·사진) 사장의 말이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그는 올해 초 인천의 이 회사 정비센터에 갔다가 한 트럭 운전기사로부터 이런 지적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그는 그 자리에서 “사장인 나부터 면허를 따겠다”고 약속했다. 4월부터는 운전학원에 등록해 두 달에 걸쳐 연습을 했다. 그는 “머리가 하얀 넥타이 차림의 사람이 트럭 운전을 하겠다고 하니 ‘직장에서 잘렸나 보다’라고 수군거리더라”며 웃었다. 약속을 지킨 것은 6월이다. 맹연습 덕에 시험은 한 번에 붙었다.

 22일 타타대우의 전북 군산 본사에서 만난 김 사장은 능숙한 솜씨로 25.5t 대형 덤프트럭의 운전대를 돌렸다. 길이 8.8m, 높이 3.4m의 육중한 덩치다.

김종식 사장은 “직접 몰아보니 눈에 들어오는 게 많았다”고 말했다. 회사 실무진에 “운전대에 조작 버튼이 너무 많아 불편하다”는 의견도 냈다고 한다.

 김 사장은 25일엔 군산에서 서울까지 약 220㎞를 이 회사의 대형트럭 ‘프리마 유로5’를 직접 몰고 이동한다. 새로 내놓은 이 차에 대한 전국 로드쇼의 첫 순서다. 회사 임원 11명도 트럭을 몰고 그의 뒤를 따른다. 김 사장은 “고객과 좀 더 소통하겠다는 의지로 봐달라”고 말했다.

타타대우상용차 김종식 사장이 22일 전북 군산의 이 회사 본사에서 신형 트럭 ‘프리마 유로5’의 운전석에 앉아 있다. 김 사장은 올해 6월 1종 대형 면허를 땄다. [타타대우상용차 제공]

 그는 미국계 엔진회사인 커민스의 한국 사장과 아시아총괄본부장을 거쳐 타타대우 사장을 맡았다. 타타대우는 인도 최대 기업인 타타그룹이 2004년 대우상용차 지분을 전량 인수해 만든 회사다. 김 사장은 “타타의 기업 철학은 약속을 지키고, 구성원을 신뢰·배려하는 것”이라며 “이런 철학에 반해 사장 제의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인도 뭄바이 테러로 타타가 운영하는 타지마할 호텔에서 수십 명의 사상자가 나왔을 때의 예를 들었다. “타타그룹을 이끄는 라탄 타타 회장이 당시 희생된 직원의 가족에게 정년 때까지의 임금을 지급하고, 유자녀에게는 유학을 포함한 교육비 전액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2월 인도 출장 때의 일화도 전했다. “거구의 남자가 통로를 막고 서 있어 어깨를 치며 ‘비켜달라’고 했는데 얼굴을 보니 라탄 타타 회장이었다”며 “황급히 ‘죄송하다’고 했더니 회장이 되레 ‘내가 미안하다’는 말을 두 번이나 반복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현재 주한인도상공회의소 회장도 맡고 있다. 같은 인도계인 마힌드라&마힌드라가 쌍용자동차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을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다. “서구 기업보다는 현지 업체에 자율권을 많이 주는 인도 회사가 나을 것”이라며 “타타대우의 경우 임직원 1300명 중 인도인은 7명뿐”이라고 답했다. “마힌드라의 아난드 마힌드라 부회장을 만났는데 타타대우의 경험을 들려달라고 하더라”는 말도 했다.

 타타대우는 타타 인수 5년째인 2008회계연도(3월 결산)에 판매실적이 인수 첫해의 두 배인 9137대로 늘었다. 하지만 지난 회계연도엔 8769대로 감소했다. 친환경 엔진에서 다소 뒤진 것 아니냐는 일부의 평가도 있었다. 김 사장은 “지난해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수출이 다소 줄었다”며 “친환경성과 디자인을 대폭 개선한 신차가 나온 만큼 실적도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군산=김선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