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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학습 장소로 뜨는 이색 종교건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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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가을, 북적북적한 인파를 벗어나 학생들이 고즈넉하게 새로운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 서울에 있다. 이색종교건물이다. 높은 담장에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일단 들어서면 친절한 안내봉사자가 차분하게 초등학생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도 해준다.

종교문화·한국사지식을 동시에 쌓아

서울 이태원역에서 도보로 5분 정도만 걸으면,외국에서나 봄직한 화려한 문양으로 둘러싸인 둥근 돔형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한국이 슬람교 서울중앙성원이다.

겉으로 보기엔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된 것 처럼 보이지만, 이곳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사전에 홈페이지나 전화로 신청한 후 방문하면 1시간 가량 무료로 안내까지 받을 수 있다. 이슬람교에 대한 영상물을 시청한 뒤 예배실과 외부 전경을 둘러보는 순서로 짜여있는 프로그램이다. 이주화 이맘(이슬람교 성직자)은 “이슬람교가 가진 평등·사랑 사상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면 ‘미처 몰랐다’는 반응이 많다”며 “주말에는 방문객의 안내 요청이 많아 전 직원이 비상근무를 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 보광초는 2007년 전교생이 이슬람성원을 방문하기 시작했다. 지난해까지 매년 초등1학년의 체험장소로 이곳을 방문했다. 최인숙 교사는 “낯선 문화에 친숙함을 느끼고 다른 종교에 대한 포용심을 기르는 것이 목적”이라며 “새로운 장소에 대한 호기심으로 학생들이 질문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정동길에 위치한 성공회서울성당은 1978년 서울시유형문화재 제35호로 지정된 문화유산이다.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방문하면 안내봉사자의 설명을 들으며 건물을 관람할 수 있다.

동양 최초로 건축된 로마네스크 양식 건축물로 내부의 모자이크제단화도 감상할 수 있다. 한국식 전통 건축법이 조화된 건물의 특징과 함께 선교를 처음 시작했던 일제 식민지 시대와 한국전쟁 당시의 역사 설명까지 들을 수 있다.

국가→시대→종교 순으로 정리

종교건물은 종교의 역사와 기원을 눈으로 보며 익힐 수 있기 때문에 초등학생의 체험방문 지로도 손색이 없다. 예배를 드리는 신도와 방문객을 위해 항상 근무자가 거주하는 것도 장점이다. 방문 장소를 정할 때는 관심 있는 국가나 시대를 먼저 선택한 뒤 세부적으로 찾아보면 효과적이다. 에듀모아 남소연 학습컨설턴트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는 시대별로 사회·문화적 영향을 끼친 종교가 각각 존재한다”며 “특정 국가와 특정시대의 종교를 살펴보면 당시의 문화 생활과 역사까지 확장해 배우기 쉽기 때문에 통합학습에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조선시대를 주제로 잡았다면 동학운동과 함께 천도교까지 살펴보는 식이다.

남 컨설턴트는 “방문하기 전 교과서나 백과사전·인터넷 검색을 통해 선택한 장소의 역사적 의미와 건축양식의 특징·의의를 미리 파악해두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방문할 때는 보고서에 담을 질문을 미리 준비한다. 건물 안 이름과 유물·유적지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두면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다. 체험활동을 다녀온 후 보고서를 적을 때도 도움이 된다.

간혹 사진을 찍지 못하는 곳은 꼼꼼히 이름을 적고 대략적인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본 뒤,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는 것도 좋다.방문을 마친 뒤엔 과거와 비교했을 때 현재 해당 종교와 체험지가 어떻게 변했고, 발전했는지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좋은 사후학습거리가 된다.

[사진설명]“이슬람성원의 예배실구조에선 평등사상을 엿볼 수 있죠.” 이주화 이맘이 이슬람교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 이지은 기자 / 사진=김진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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