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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모든 것이 아이디어 원천 응시하고 관찰하면 답이 보입니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89호 09면

예술가들은 어떻게 영감을 얻어 작품을 만들어 낼까.
영국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폴 스미스(64·사진)경은 “보이는 모든 것이 영감의 원천이니 하나도 허투루 지나치지 말라”고 말한다. 패션 디자인에 대한 정규 교육은 받아본 적이 없지만, 영국 패션 발전에 미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을 정도로 명성을 얻게 된 이유가 있다면 “보이는 사물 하나하나의 색과 모양에서 힌트를 얻어 새로운 작품을 창조해냈기 때문”이라는 것.

패션 디자이너 폴 스미스의 영감 찾기 비법

11월 28일까지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관장 이해욱)에서 열리고 있는 ‘인사이드 폴 스미스’ 전시에 맞춰 내한한 그는 18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로에서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들려주었다.

“영감을 얻기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은 제대로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이 하는 것들을 잘 보세요. 물론 남들을 모방(copy)한다면 그건 어제 자 신문을 사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겠죠. 영감을 얻어내려면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응시하고 관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늘 수첩과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항상 기록해둡니다. 이번 전시에서도 그 일부를 보실 수 있죠.”

그러면서 자신의 디자인은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게 됐는지 사진으로 보여주었다. 리투아니아 여행길의 한 교회에서 찍은 녹색과 옥색·회색 색상은 고스란히 셔츠의 스트라이프 무늬로 변했다. 중국 베이징의 한 고궁에서 만난 안전요원의 옷 색깔은 남성 정장을 만들 때 집어넣었다. 런던의 한 꽃박람회에서 찍은 꽃 사진들은 스커트와 가방의 무늬가 됐다. “정장의 독특한 안감은 사실 1850년대 패턴북에서 찍은 사진에서 찾아낸 것”이라고 들려주었다.

그의 삶을 바꿔놓은 것은 아마추어 사진작가였던 아버지로부터 11살 생일 선물로 받은 카메라다. 순간 포착하는 삶의 단면에서 강한 예술에너지를 느낀 꼬마 폴 스미스는 사진일기를 찍어가며 예술가의 꿈을 조금씩 키웠다. 그가 본격적으로 디자이너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은 자전거 사고를 당한 후 병원에서 예술학교 학생들과 친해지면서부터. 처음에 작은 부티크의 점원으로 시작한 그는 왕립예술학교에서 패션디자인을 공부한 여자친구(지금은 아내가 된) 폴린의 제안으로 노팅엄에 자신의 작은 패션 부티크를 열었다.

“제 가게에서 파는 물건은 너무 독특한(unique) 스타일이었죠. 지방 소도시에서는 잘 팔리지 않을 법한 것들이었습니다. 내 작품으로 돈을 벌 수는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어요.”

그의 계획은 이랬다. 가게는 금요일과 토요일만 연다. 내가 팔고 싶은 것을 판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생계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한다.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돈이 필요했지요. 순수한 꿈만 좇다가는 돈이 없어 포기하기가 쉽죠. 돈과 꿈 사이에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일찌감치 알게 됐어요. 그러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됐죠.”

그렇게 배운 것 중 하나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의 중요성이다. “세상엔 선택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모두 고민을 하죠. 어떻게 하면 선택받을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더 특별해지고 더 시선을 끌 수 있을까요. 시장에 가봅시다. 과일을 파는 가게가 많아요. 한 매장 앞을 지나가는 시간은 20초 정도입니다. 이 짧은 순간에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뭔가 극적인 임팩트가 있어야겠죠. 그런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는 자신의 패션쇼에서 파란색과 분홍색 슈트 등 ‘튀는 작품’을 선보이는 이유도 “관심을 얻어 언론에 소개되기 위한 전략”이라고 들려주었다. 실제 매장에서 이런 옷들이 팔리지는 않지만, 일단 관심을 끌어 “왜 폴 스미스가 흥미로운 디자이너인지 계속 알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 세계에 300개 가까운 매장을 보유한 세계적인 브랜드는 이런 과정을 통해 뿌리를 내렸다. 폴 스미스가 말하는 자신의 디자인 철학은 25일 오후 10시에 방영되는 tvN의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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