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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사우디에 무기 판매 … 67조5000억원어치 ‘대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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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정부가 20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600억 달러(약 67조5000억원) 규모의 최신무기 판매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지금까지 이뤄진 미국의 무기 판매 중 사상 최대 규모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는 이 같은 계획안을 의회에 공식 제출했다.

 국방부가 공개한 패키지 무기판매 계획에 따르면 사우디는 앞으로 F-15 전투기 84대를 미국에서 신규 구매한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F-15 70여 대는 성능개선 작업이 이뤄진다.

 사우디는 세 종류의 전투 헬리콥터도 제공받는다. 아파치 헬기 70대, 블랙호크 헬기 72대, 리틀버드 헬기 36대다. 이 밖에 위성으로 유도되는 스마트 폭탄 시스템과 공대함 미사일 등도 포함됐다. 무기 인도는 미국 군수업계의 제품 생산 일정과 신무기에 대한 사우디군의 훈련 일정을 감안해 향후 5~10년 사이에 이뤄질 전망이다.

 미국의 초대형 무기 판매는 이란이 여러 외교적·경제적 제재조치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개발 의지를 굽히지 않자 인접국인 사우디의 국방력 강화를 통해 대 이란 압박 공세를 강화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앤드루 샤피로 국무부 정치군사담당 차관보는 무기판매 계획에 대해 “사우디의 타당한 안보 요구를 도와주기 위한 차원”이라며 “미국이 중동과 페르시아만 핵심 파트너들의 안보에 헌신하고 있다는 것을 역내 국가들에 강하게 전달하는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사우디가 국경지대의 위협에 대한 군사적 억지력을 강화하도록 하고 석유시설도 보호할 것”이라고 말해 이란을 겨냥했음을 시사했다. 영국신문 가디언은 “이란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정권교체기를 이용해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미국은 사우디와 주변 걸프국가들의 국방력 강화를 통해 이란을 견제하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미 정부의 이번 무기계약에는 국방예산 감축에 따른 미 군수업계의 불만 달래기 측면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와의 무기계약이 줄어드는 만큼 다른 나라와의 계약을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는 8월 50여 개의 장성보직 감축과 군수업체 서비스 비용 10% 인하 등을 골자로 한 총 1000억 달러 규모의 예산절감안을 발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군수업계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이번 계획은 미 방위산업체들에 주는 혜택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 의회는 30일 동안 심의를 벌인 뒤 11월 중간선거 이후 열리게 될 의회 회기 중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과거의 사례로 유추해 보면 사우디에 대한 무기 판매가 이스라엘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을 지닌 일부 의원들의 반대가 있겠지만, 승인 자체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의회의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미 정부는 무기판매 발표에 앞서 이스라엘과 고위급 사전 협의를 거친 사실을 공개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차관보는 “이스라엘은 이번 판매에 반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이번 계약은 전 세계 무기판매 계약 가운데 가장 이상한 것”이라며 비판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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