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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스테이지] 온다던 ‘건반의 은둔자’라두 루푸 건강 이유로 첫 내한 무대 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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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정상급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 [유니버설 뮤직 제공]

혹시 보나 했지만 역시 못 봤다.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65)가 이 가을 한국에 섭섭한 소식을 전했다. 31일 내한 독주회와 다음 달 3일 정명훈·서울시향과의 협연을 건강 문제로 취소했다.

 만약 왔다면 첫 한국 나들이었다. 루마니아 태생인 루푸는 전세계적으로 희귀한 연주자다. 40여 년 전 반클라이번·리즈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두각을 나타냈지만 막상 연주도 녹음도 드문 것으로 유명하다. 언론 인터뷰도 찾아볼 수 없다. 피아노 앞에 사무실 의자를 놓고 연주하는 것을 두고 비슷한 연주형태를 고집했던 선배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1932~82)에 대한 추모라는 얘기도 있지만, 정작 본인이 확인해준 적이 없다. 공연 환경에도 민감하다. 피아노 건반의 무게를 일일이 지정할 정도로 까다롭기도 하다.

 팬들은 그래도 기다렸다. 슈베르트·브람스 등 낭만주의 음악을 찬란하게 닦아 내놓는 솜씨 때문이었다. 신중한 은둔자답게 그의 음악은 고도의 집중력으로 빚어진다. 그의 음반만 접했던 클래식 애호가들은 이번에 그의 기품 있는 연주를 고대했었다.

 공연 취소 조짐은 지난주부터 보였다. 그는 이달 일본에서 여덟 번의 공연을 예정했으나 15일 첫 독주회를 마치고 나머지 일정을 취소했다. 역시 건강 때문이었다. 자기 집이 있는 스위스로 돌아갔다. 한국 공연 취소는 21일 공식 통보했다. 이번 독주회를 기획한 마스트미디어는 “빠른 시간 안에 다시 공연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루푸는 마우리치오 폴리니, 알프레드 브렌델, 그리고리 소콜로프 등 한국에 좀처럼 오지 않는 ‘희귀 피아니스트’ 대열에 그대로 남았다. 그에 대한 한국 관객의 목마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를 두고 스타 피아니스트의 파워라고 해야 할까.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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