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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통과 주요 법안 Q&A] 민법 개정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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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 개정안이 2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재적 296명 가운데 235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161, 반대 58, 기권 16표로 가결됐다. 조용철 기자

민법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됨에 따라 호주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남아선호 사상이 약화되고 가부장적 가족문화가 변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세기 동안 호주제 폐지 운동을 벌여 온 한국가정법률상담소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은 일제히 성명서를 내고 "마침내 양성평등을 이룰 계기가 마련됐다"며 크게 환영했다.

반면 유림은 "민족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며 반발했다.

Q=민법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는데 호주제도 바로 폐지되는 것인가.

A=호주제 폐지와 자녀의 성.본 선택, 친양자 제도는 2008년 1월 1일 시행된다. 호적이 없어지고 새로운 신분등록부를 마련할 때까지 시간이 걸려 유예기간을 두었기 때문이다. 동성동본 금혼을 폐지하는 내용 등 나머지 조항은 대통령의 공포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Q=처음에 아버지 성을 사용하다 도중에 어머니 성으로 바꿀 수 있나.

A=원칙적으로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지만 부부가 합의하면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 때나 성을 선택할 수는 없다. 반드시 혼인신고 때 어머니의 성을 사용하겠다고 신고해야 한다. 형제.자매는 결정된 하나의 성만 따라야 한다. 처음에 아버지 성을 따르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중간에 어머니 성으로 바꿀 수는 없다. 다만 가정법원이 자녀의 복리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성과 본을 바꿀 수 있다. 친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자녀가 아버지 성을 쓰기를 거부하거나 이혼 또는 재혼 가정의 자녀 등이 해당된다. 이때도 법원은 고통의 정도가 매우 심할 경우만 허용할 방침이어서 성을 쉽게 바꾸기는 어렵다.

Q=성이 바뀌면 형제.자매 간의 근친혼도 가능하지 않을까

A=예를 들어 유아 때부터 이혼한 부모를 각각 따라 사는 남매가 이후 성을 바꾸게 되면 얼굴이나 남매 관계를 잘 모르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호적을 대신할 새 신분등록부는 생부.생모의 이름을 기재하게 했다. 또 배우자, 부모, 배우자의 부모, 자녀, 형제자매의 인적사항도 기재된다. 이 때문에 결혼할 때 가족 관계를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

Q=장인.장모, 처남.처형 등 처갓집 식구도 가족인가.

A=호주제 하에서 가족의 범위는 호주인 남자를 중심으로 가족의 범위가 결정됐다. 이 경우 호주가 다르면 같은 핏줄이어도 법적으로 가족이 되지 않는다. 즉 분가한 차남이나 결혼한 딸은 현행법상 부모와 가족 관계가 아니다. 개정 민법은 부계뿐 아니라 모계도 가족의 범위에 포함시켰다. 개정 민법상 가족인지 아닌지를 따질 때는 모든 사람이 기준인이 돼 가족의 범위가 결정된다. 배우자와 직계혈족, 형제 자매는 기본으로 포함된다. 여기에 생계를 같이할 경우 사위나 장인.장모, 처남.처제, 시동생.시누이 등도 가족의 범위에 포함된다. 생계를 같이한다는 의미는 한 집에 살거나 경제적 도움을 주고 받을 때를 의미한다.

Q=호적과 새로운 신분등록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A=호적에는 반드시 호주가 기재됐다. 또 호주를 중심으로 가족 구성원 모두의 신분변동 사항이 기록되며 호주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기재해 지위가 분명히 드러났다. 하지만 새로운 신분등록부는 각 개인이 기준인이 된다. 아내나 자녀의 경우 남편 또는 아버지의 호적에 입적하는 대신 자신의 신분등록부에 남편 또는 아버지의 인적사항을 기재할 뿐이다. 새 신분등록부에는 호주를 기록하는 난이 없다. 본인을 기준으로 출생부터 사망까지 변동사항이 모두 기록된다. 또 배우자, 부모, 배우자의 부모, 자녀, 형제자매 등의 인적사항이 기록된다.

Q=미혼모의 자녀는 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 있나.

A=이제까지는 미혼모가 아이를 키우다 친아버지가 나타나 인지신고를 하면 자녀의 호적이 아버지 호적으로 옮겨졌다. 성도 하루 아침에 아버지 성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부모가 협의하면 자녀가 이전의 성과 본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만약 어머니가 반대할 경우 법정으로 가게 되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이전의 성과 본을 사용할 수 있다.

Q=호주제가 폐지되면 상속이나 연금 수혜는 어떻게 되나.

A=현행법상 호주라 해서 재산상속에서 우월한 권리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호주제가 폐지되더라도 상속은 현재와 마찬가지로 법정상속과 피상속인의 의사에 따라 이뤄진다. 호주제가 폐지되더라도 종중재산의 유지와 관리에는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각종 연금도 관련법에서 정한 자격에 기초해 받게 되므로 호주제 폐지와는 무관하다.

문경란 여성전문기자.강갑생 기자 <moonk21@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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