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최대 주주 테마섹 보유 지분 전량 매각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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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이 보유하고 있던 하나금융의 지분 전부를 판다. 테마섹은 하나금융 주식 2038만 주(9.62%)를 갖고 있는 최대 주주다. 이번 매각은 테마섹의 투자 비중(포트폴리오) 조정을 위해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익명을 원한 하나금융 관계자는 “테마섹 계열의 안젤리카 인베스트먼트가 외국계 증권사인 CS를 매각 주관사로 해서 하나금융 지분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마섹은 하나금융 지분을 전략적 투자자에게 일괄 매각하진 않는다는 방침이다. 대신 시장에서 일반 투자자들에게 분산해 처분할 계획이다. 매각 가격은 주당 3만4300~3만5550원으로, 이는 이날 종가(3만5550원)보다 최대 3.5% 할인된 가격이다.

 테마섹의 이번 매각 결정으로 주주들의 지지를 확보해 우리금융지주 인수 합병을 추진하려 했던 하나금융의 계획이 제대로 추진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이에 대해 “테마섹의 지분 매각이 (우리금융지주) 합병 등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다”며 “최대주주가 변경되더라도 그룹의 전략이 달라질 게 없다”고 말했다.

 테마섹은 글로벌 은행들에 투자했다가 금융위기 때 손해를 본 뒤 최근 포트폴리오 전체를 조정하고 있다. 하나금융 지분 매각도 그런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테마섹은 하나금융 외에 영국의 바클레이즈은행과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의 지분도 전량 매각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중국계 은행들의 지분도 전량은 아니지만 상당수 매각, 지분율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테마섹은 2004년 하나은행에 투자하기 시작했고, 2005년 하나은행이 하나금융지주로 전환하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신한금융지주의 주요 주주인 BNP파리바가 이사를 파견하고 있는 것과 달리 테마섹은 하나금융에 이사를 파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테마섹은 배당과 주가 차익을 목적으로 한 재무적 투자자(FI)로 분류된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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