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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고 5대륙 23개국 5만㎞ ‘동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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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자전거 세계여행가 김문숙씨가 남편 에릭 베어하임과 함께 20일 전남 순천시 대대동에 있는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에서 갈대밭을 둘러보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꿈과 의지만 있다면 여러분도 자전거로 세계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당당하게 도전하세요.”

 20일 오전 전남 순천시 대대동의 순천만 자연생태공원. 남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5개 대륙 23개국에서 5만여㎞를 달린 김문숙(41)부부가 자전거로 순천만의 풍광을 둘러보며 한 말이다. 김씨는 남편 에릭 베어하임(48·독일)과 함께 앞서 15∼17일 순천의료원 앞 공원에서 열렸던 자전거 여행 체험학습 전시회에 자신들이 자전거 여행에서 찍은 사진 100여 점을 전시하기 위해 순천을 찾았다. 아르헨티나 이과수 폭포,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 사막, 페루 마추피추,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섬의 풍광과 아마존 인디오의 생활상, 칠레의 로데오 쇼를 비롯한 이색적인 삶을 담은 여행 사진들이다.

 “자전거로 여행을 하니 현지 사람들과 직접 접촉하면서 그 나라 문화·전통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었어요. 경비 절감과 건강을 챙길 수 있다는 점은 덤이고요.”

 독일 함부르크 조달청에서 일하던 김씨와 철도 건설 감리 업무를 하던 남편은 현재 강연과 전시회를 통해 자전거 여행의 매력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자전거 세계여행이 계기였다. 대학을 마치고 독일에 유학했던 김씨는 현지에서 만난 남편과 1994년 결혼했다. 결혼 뒤 첫 생일 때 남편이 선물로 준 것이 자전거였다. 자전거 타기를 즐기던 어느 날 남편이 불쑥 독일에서 한국까지의 자전거 여행을 하자고 제안했다. 김씨는 외국인 사위를 탐탁지 않게 여기던 친정 식구들에게 ‘잘 살고 있다’는 걸 보여 주겠다는 생각에 이를 받아들였다.

 1998년 7월 21일 독일에서 출발해 16개월간 이탈리아와 체코·케냐·인도·필리핀 등 15개국을 자전거로 누볐다. 달린 거리가 1만4000km에 이르렀다. 1999년 10월의 마지막 날 친정 집에 도착한 김씨는 부모 앞에서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냉담했던 아버지도 마음을 열었다. 부부는 이 여행 경험을 『고목나무와 개미의 자전거 여행』이란 책에 담았다. 김씨와 남편은 키가 각각 155㎝와 196㎝여서 ‘고목나무와 개미 커플’로 통한다. 2005~2007년에는 19개월에 걸쳐 아르헨티나와 칠레·볼리비아·페루 등 남미 지역을 자전거로 여행한 뒤 『안데스 넘어 남미를 달린다』라는 여행기를 펴냈다. 남미 여행 당시 자전거 부품과 여행 장비를 넣은 70~80kg짜리 트레일러를 자전거 뒤에 연결한 뒤 4700m 높이의 안데스 산맥을 숨가쁘게 넘은 것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김씨는 “페루와 콜롬비아에서 현지 경찰이 숙소와 도로에서 에스코트를 해주는 등 자전거 여행을 배려해준 것이 인상적이었다”라고 말했다.

 이 부부에게 자전거는 어떤 의미일까. 김씨는 “인생과 같다”고 말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길에는 평평한 길도 있고 오르막·내리막 길도 있다는 것이다. 베어하임은 “자유”라고 말했다. 원하는 곳은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들은 “자전거는 우리 부부를 잇는 ‘사랑의 끈’”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씨는 남편과 함께 24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세계자전거박람회-2010 경기도’의 부대행사로 열리는 ‘트래블 토크’에 참가한다. 여행담과 자전거 여행에 필요한 준비사항·노하우를 들려줄 예정이다.

 “다른 나라 서민들의 삶을 경험해 보고 싶다고요? 그렇다면, 지금 바로 자전거 여행을 계획해 보세요. 힘든 만큼 성취감도 남다를 테니까요.”

순천=유지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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