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도시안' 한나라 갈등 고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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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국회 폐회를 하루 앞둔 1일 오후. 3.1절 휴일임에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국회 원내대표실을 찾았다. 여야가 합의한 '행정도시법안'에 반대해 농성 중인 당 소속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박 대표는 "입에 맞는 떡이 어디 있느냐. 슬기로운 판단을 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농성파들은 법안의 위헌성과 당론 결정 과정을 문제 삼으며 처리 연기를 요청했다.

박계동 의원은 "국민 과반수가 위헌으로 판단하고 한나라당 지지층은 17대 64로 위헌이라고 판단한다는 여론조사가 있다"고 했다. 안상수 의원은 "(지난 의총에서)119명의 의원 중 46명이 찬성했다고 해서 당론으로 결정됐다면 어거지"라며 박 대표를 압박했다. "2일 처리만 미뤄달라"(이재오.심재철 의원)는 호소성 발언과 "2일 법사위와 본회의를 막겠다"(배일도 의원)는 위협성 발언도 나왔다. 결국 면담은 합의 없이 40여분 만에 끝났다. 2일 오전 열릴 의총에서의 한판 대결이 예고되는 장면이다.

20분쯤 뒤 손학규 경기지사도 농성 장을 방문했다. 손 지사는 "나도 결코 여야 합의안에 대해 만족하지 않지만 언제까지 이 문제로 국론이 쪼개져서는 안 된다. 이제는 한발씩 양보하며 화합해야 할 때"라면서 반대파 의원들을 설득했다. 그러나 의원들은 "대권 때문에 나라를 생각하지 않고 충청권만 생각하면 어떡하느냐"며 반발했다.

행정도시법안 처리를 하루 앞둔 1일 한나라당 내 갈등 수위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당 지도부는 지난달 23일 의총에서의 표결 결과와 여야 합의 사실을 내세워 '재의결 불가'입장을 확인했다. 반면 행정도시안 반대파 의원들은 처리 연기를 주장했다. 양측은 2일 의총과 법사위, 이어지는 본회의에서의 표 단속을 위해 1일 내내 당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전화공세를 펼쳤다.

국회에서 7일째 농성 중인 의원과 이에 동조하는 수도권 출신 의원들, 일부 비례대표 의원은 이날 접촉을 하고 의총에 대비했다. 이재오 의원은 "위헌성, 국민 합의 미흡 등의 문제가 있으니 한달여의 시간을 갖고 4월에 처리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2일 오전 9시 의총에서 처리 연기를 주장한 뒤 10시로 예정된 법사위에서 1차 저지를 시도하고,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본회의 표결을 저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본회의 단상 점거 등 물리력 동원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는 한나라당의 반대로 행정도시안 처리가 무산될 경우 당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김무성 사무총장은 "만약 여야 합의를 뒤집을 경우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완전히 깨진다"며 "거쳐야 할 과정들을 거쳤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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