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모젠서비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5면

3월 22일 오전 2시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단지 부근 교차로.

 승용차로 귀가하던 공모씨는 좌회전을 하다 맞은편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오던 차량과 정면충돌했다. 그는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되던 중 휴대전화 벨소리를 듣고서야 의식을 되찾았다.

 “많이 다치지 않았어요?” 부인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부인은 사고현장에 가서 목격자를 만나는 등 사고 정황을 파악했고, 보험회사에도 연락했으니 걱정말라는 얘기까지 했다.

 집안에서 잠자던 부인이 도대체 어떻게 사고를 알고 후속처리까지 했을까. 자동차에 장착된 모젠 덕분이었다. 모젠은 현대자동차가 자동차와 무선통신을 결합해 개발한 ‘차세대 고객운전 지원 서비스’다. 차량에 장착된 무선통신 기기 이름도 모젠이다. 자동차를 구입할 때 옵션품목으로 제공되는 차량일체형 내비게이션에 부가된다.

 사고로 에어백이 터지면 모젠은 즉각 이를 감지하고 24시간 가동중인 모젠센터로 신호를 보낸다. 이에 따라 센터는 공씨에게 전화를 걸었고 공씨가 받지 않자 사고를 직감, 곧바로 공씨의 집으로 연락했다. 119에도 알렸다. 공씨는 “모젠 덕분에 자칫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생명을 건졌다”고 말했다.

 모젠센터는 지난해 2월부터 차량의 이동 궤적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교통정보를 수집·분석하고 있다. 한국·미국·EU·중국·인도에 특허 출원했다. 이를 위해 승용차, 전국의 브랜드 택시, 정기 화물차·버스 등 6만1000대에 모젠을 장착했다. 정보 수집망이 국내 2위 업체의 세 배가 넘는 규모다. 현재 서울 등 7대 도시와 경기도 주요 도시, 고속도로를 커버하고 있으며 2013년까지 전국을 모두 커버할 계획이라고 한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정보도 다양하다. 교통량을 분석해 가장 빠른길, 연료를 가장 적게 소비하고 갈수 있는 ‘에코 라우트 길’, 빙판·빗길 등 사고 위험지역 경고 등의 길 안내는 기본이다. 에어백이 터지는 사고시 가족들에게 자동 통보하고 도난 경보, 도난 시 차량을 추적해주는 SOS서비스가 있다. 또 원격으로 고장이나 엔진오일 등 소모품 교환시점을 진단해 알려주고, 열쇠 분실 시 원격으로 차문을 열어주고 주차 위치를 찾아주는 오토케어(자동차 관리) 서비스도 있다.

 현대차의 백성권 홍보부장은 “모젠센터는 고객이 원하는 모든 서비스는 물론, 고객도 모르는 애로사항이나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사고 등 위기 상황까지 파악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기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