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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MS 회장 "미국 고교교육은 시대 뒤처진 폐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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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회장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의 고등학교 교육은 시대에 뒤떨어진 폐물이 됐다"고 비판했다.

미국 13개주 주지사와 기업인.교육계 인사 등이 참석한 '2005 전국 고교교육 정상회의'(2005 National Education Summit on High Schools)의 개막연설을 통해서다. 그는 "50년 전에 만들어진 고등학교로는 21세기가 요구하는 학생을 길러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 교육 시스템을 21세기가 요구하는 수준으로 뜯어고치지 않으면 한해 수백만명의 학생이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스스로의 인생을 망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자신의 공익재단을 통해 고교교육 정상화에 이미 약 10억달러를 지원할 정도로 이 분야에 관심이 많다.

게이츠 회장은 주지사들과 더불어 현재 30%를 넘고 있는 고교 중퇴율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저소득층 및 소수민족 학생 가운데 상당수가 대학진학을 포기하는 현실도 지적했다. 현재 미 고교 졸업생 가운데 대학 진학자는 40% 정도에 불과하다. 그는 "교육의 중요성과 기회균등의 가치를 믿는 사람이라면 이런 현실을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틀 간의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13개주 주지사들은 '미국 고교졸업장 프로젝트'(American Diploma Project)라고 명명된 고교교육 강화정책을 발표했다. 13개주는 뉴저지.미시간.매사추세츠.펜실베이니아.텍사스.아칸소.조지아.인디애나.켄터키.루이지애나.오하이오.오리건.로드아일랜드다. 미국 전체 고교생의 약 35%(500만명)가 여기에서 살고 있다.

ADP에 따르면 앞으로 미국 고등학교는 졸업하면 대학진학과 취업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운영된다. 지금까지는 대충대충 졸업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대학에 들어갈 실력을 갖추지 못했거나 취직 준비가 되지 않은 학생은 졸업장을 받을 수 없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고교 졸업시험을 대학 입학시험으로 연결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13개주는 이를 위해 모든 수업과 시험을 대학과 기업이 필요로 하는 수준에 맞추기로 했다. 주정부는 대학 측에 특정 전공을 선택하려면 고등학교에서 어떤 공부를 주로 해야 하는지 명시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기업과 협의해 실용적인 기술교육도 강화하기로 했다. 각 학교는 학생의 성적은 물론 생활기록 등에 관한 자료를 엄격히 관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부 학교와 교사 노조들은 아이디어는 좋지만 예산.교사 부족으로 현실성 낮은 정책이라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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