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 화제] 생태건축 앞장 정병규 통나무학교 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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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병규 교장이 통나무의 우수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돈은 별로 벌지 못하지만 마음은 부자가 된 듯 합니다."

경남 진주시 대곡면 마진리'정병규 통나무학교'의 정병규(48) 교장은 5년 동안 제자를 1800여명이나 배출했다.

500여명은 수강료를 받았지만 1300여명에 대해선 무료로 통나무집.황토집 건축기술을 가르쳤다. 건강한 삶과 함께 시골 풍경을 아름답게 가꾸려면 생태건축 기술자가 많이 나와야 한다는 그의 믿음 때문이다.

정 교장은 "자연과 가장 잘 어울리는 소재가 흙과 나무"라며 "시골 마을들이 통나무집이나 황토집으로 다시 조성된다면 얼마나 아름답고 정감이 가겠느냐"고 말했다.

농촌에서 자란 정 교장은 10년 가량 도시에서 회사원 생활을 했으나 시골에 대한 향수에다 전원주택을 지어보고 싶어 1994년 8월 사표를 쓰고 캐나다 밴쿠버의 통나무건축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 곳에서 통나무 건축기술을 익혔고 국내외 통나무 건축서적을 섭렵했다. 전통 한옥건축 기술까지 배운 뒤 수도권 일대에서 직접 통나무집 20여채를 짓기도 했다.

그러다 1999년 3월 폐교로 있던 대곡초등학교 마진분교장에 정병규 통나무학교(www.jlogschool.co.kr)를 개설했다.

혼자서는 한해에 통나무집 10채도 짓기 어려웠고 생태건축 문화와 기술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교육공간이 필요해 통나무학교를 세웠다는 게 정 교장의 설명이다. 통나무학교 수강생의 90%는 전원 주택을 손수 지으려는 사람들이고 나머지는 기술자가 되기 위해 찾아온다.

정 교장은 "수강료는 통나무학교 운영비에 불과하고 통나무집.황토집을 지어주고 월급쟁이 정도 벌고 있지만 곳곳에 자신과 제자들이 지은 통나무집.황토집이 들어서는 걸 보면 흐뭇하다"고 했다.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다는 통나무 주택의 경우 관리만 잘 하면 수명이 200~300년간 가기 때문에 콘크리트 주택 보다 장기적으로 보면 건축비도 적게 든다.

한편 정 교장은 야외용 목조 테이블(개당 100만원 상당) 8개를 대곡중.경남체육고.문산장애복지관 등 인근 기관에 기증했고 형편이 닿는대로 다른 곳에도 만들어 줄 계획이다.

글=정용백 기자<chungyb@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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