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바닥 다지기 뚜렷 … 거래 늘고 하락폭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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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이후 침체에 빠진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거래량이 늘고 가격 하락세는 진정됐다. 또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하고 미분양 주택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난이 일자 매매 수요가 슬슬 늘어나기도 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를 바닥 다지기 국면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들이라고 풀이한다.

 전문가들은 가격 변동의 선행지표로 알려진 거래량이 늘고 있는 데 주목한다. 17일 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신고 기준)은 8월보다 5.5% 늘었고 수도권은 11.5% 증가했다. 서울 강남3구의 거래량은 21.7%나 급증했다. 국토부 진현환 주택정책과장은 “9월부터 아파트 거래가 늘기 시작했고 이달 들어서는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권 주요 아파트의 실거래 가격은 전달보다 오른 경우도 많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77㎡(이하 전용면적)는 8월 8억9000만원에서 9월 9억700만원(1.9%)으로, 개포동 주공아파트 51㎡는 전달 11억5000만원에서 9월 11억5900만원으로 소폭 올랐다.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달 0.3% 하락(전월 대비)해 0.5% 떨어졌던 8월에 비해 하락폭이 줄었고, 수도권도 7월 이후 3개월 연속 낙폭이 둔화됐다.

 주택담보대출이 늘고 있는 것도 바닥 다지기의 신호로 잡힌다. 집을 사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이 2조7000억원 늘어 8월(1조7000억원)보다 크게 증가했다. 미분양 물량은 감소세가 뚜렷하다. 국토부의 8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현황에 따르면 서울·수도권의 미분양 주택은 10만3981가구로 7월(10만6464가구)에 비해 2483가구 줄어들며 3개월째 감소세를 나타냈다.

 이런 변화 분위기를 반영해 최근 국내외 증권사나 연구기관에서는 주택시장이 이르면 내년부터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분석 보고서를 잇따라 내고 있다. 본지가 최근 인터뷰한 연구소나 부동산 현장의 전문가 10명도 주택시장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작다고 입을 모은다. 국토부가 6개월 이후의 주택시장 동향을 예측하기 위해 매월 작성하는 내부 지표에 따르면 10월이 집값 저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성대 부동산학과 이용만 교수는 “거래량, 주택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 등의 주택시장 예측 지표들이 최근 들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아직 수도권에 미분양이 많아 ‘V’자형의 급격한 상승은 어렵지만 연말까지 바닥 다지기 국면을 이어간 후 ‘U’자형에 가까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의 주택시장 움직임은 가을 이사철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며, 서울·수도권은 중장기적으로 볼 때 안정국면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도 만만찮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손은경 수석연구원은 “인구 감소에 따른 주택 수요 변화 등을 감안할 때 집값이 당분간 상승세로 돌아서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함종선·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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