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Book/즐겨읽기] 평범한 탐정, 비범한 추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숲을 지나가는 길
콜린 덱스터 지음, 이정인 옮김, 해문출판사, 432쪽, 1만원

리틀 시스터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북하우스, 464쪽, 1만원

스파이더 게임
제임스 패터슨 지음, 최필원 옮김, 대현문화사, 548쪽, 9800원

독서로 시간을 죽이기에는 추리소설 만한 것이 없다. 맘에 드는 작가라도 만나면 그의 작품을 모조리 읽어 치워야 후련할 만큼, 한 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든 장르다. 최근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신도'들을 가진 추리작가들의 작품이 한꺼번에 선보였다.

훈장까지 받은 영국 추리문학의 대가 콜린 덱스터의 '숲을…'은 '모스 경감 시리즈' 중 하나로, 지난해 '옥스포드 운하 살인사건'에 이어 두 번째로 국내에 소개되는 것이다. 모스 경감은 영국에선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나 애거서 크리스티가 창조한 에르큘 포와로보다 인기있다니 한국 독자와의 만남은 늦은 편이다.

▶ TV시리즈물에서 모스 경감 역을 맡은 배우 존 소우.

일년 전 스웨덴 여대생 실종사건의 단서가 되는 편지가 경찰서에 도착하며 사건은 살인사건으로 변한다. 휴가지에서 만난 여인과 사랑에 빠진 모스 경감이 사건을 맡아 와이탐 숲을 수색하게 되는데…. 똑똑하고 빈틈 없는 여느 주인공들과 달리 모스 경감은 술과 미녀, 음란물엔 사족을 못 쓰고, 부하 루이스와 티격태격하며 잘 삐치고, 구두쇠이지만 유머가 풍부하다. 한 마디로 보통사람 같은 그의 인간성이 이 시리즈의 인기 비결이다. 서로 연결되지 않는 것 같은 조각들을 맞춰 하나의 그림을 만드는 직소퍼즐처럼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과정도 감탄스럽다. 1992년 발간되어 영국 추리작가협회의 '황금단검 상'을 받은 수작이다.

'리틀 시스터'는 챈들러 추리소설 전집의 다섯 번째 책이다. 챈들러는 건조하면서도 힘있는 하드 보일드체의 개척자로 많은 영미권 작가들에게 영향을 끼친 대가.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레이먼 챈들러는 나의 영웅이었다"고 털어놓았을 정도다.

소설은 사립탐정 필립 말로우가 실종사건 수사를 맡았다가 화려한 할리우드의 그늘에 감춰진 인간의 뒤틀린 욕망과 맞서는 이야기이다. 예외 없이 살인사건이 벌어지지만 수수께끼 풀이보다는 냉소적이고 사회비판적 메시지를 담은 말로우의 대사와 음울한 분위기 묘사에 주목하는 것이 소설을 제대로 즐기는 법이다. 프랑스 문학자들이 '필립 말로'(이룸)란 평론집을 냈을 정도로 탐정 말로우는 문화코드로 자리잡았다는 점도 기억해 두자.

'스파이더…'의 제임스 패터슨은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천재 범죄자 게리 손지와 심리학자이자 형사인 알렉스 크로스의 입장을 오가며 유괴와 살인과정을 순서대로 풀어가지만 극적 긴장감은 조금도 떨어지지 않는다. 개성있는 주인공들, 그들의 인간적 약점과 고뇌가 녹아있어 작품성도 재미 못지 않다.

김성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